34세, 캐나다에서 다시 시작
내가 처음 캐나다에 도착해서 느낀 감정은 ‘이질감’이었다. 나는 밴쿠버를 거쳐 캘거리로 왔는데, 왜인지 그때 밴쿠버 공항에서 동아시아인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동아시아인을 찾아보기 힘든 곳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은 어색했다. 혼자 해외여행을 안 해 본 것도 아닌데 마치 낯선 곳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이제 한국을 떠난 지 21주 차가 되었는데 여전히 어색한 것도 많고, 모르는 것도 많아서 그런지 때때로 그런 기분을 느끼곤 한다.
친구들과 한국 음식도 많이 그립다. 한국인은 한국인이다. 계속 한식을 해 먹고 있는데도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나는 한국 음식이 없어도 살 수 있는 한국인인 줄 알았던 때가 가소롭다. 손쉽게 해 먹을 수 있는 김치볶음밥, 김치찌개부터 시간과 손이 조금 더 드는 짬뽕밥, 수육까지 꽤나 여러 가지 음식을 해 먹고 있는데도 엽기떡볶이, 평양냉면, 순댓국 등 음식점에서 먹어야 제 맛이 나는 음식들이 그립다.
이제 캘거리에 다시 온 지 일주일 조금 넘었다. 새로 시작한 일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뭐든지 빨리빨리 하는 한국에서 30년 넘게 살다와서 그런지 어디서든 빨리 적응하는 건 좋지만 가끔은 왜 이렇게 서둘러서 빨리빨리 하려고 하는지 나 자신이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다. 내가 다른 일을 하느라 무언가를 못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이 할 테고, 당장 이거 안 하냐고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괜히 나 혼자 마음이 조급해 질 때가 있다. 내가 느끼는 캐나다의 좋은 점 중 하나는 남 탓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군가 실수를 해도 실수를 수습하는 것에 초첨을 맞추고 실수한 당사자를 탓하거나 손가락질하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러니까 '실수하지 말아야지'라는 압박감을 좀 벗어던져도 될 텐데, 30년 동안 입고 있던 갑옷을 4개월 만에 벗어던지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유튜브에서 영어를 배울 때, 한국인의 특징 중 하나는 실수가 두려워서 말을 아낀다는 쇼츠를 본 적이 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니까 실수는 당연히 할 수밖에 없는 건데도 뭐가 그렇게 두려워서 말을 아끼게 되는지…. 워홀에서 내가 싫어지는 순간들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순간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