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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아줌마랑 한판 붙은 날

34세, 캐나다에서 다시 시작

by normal B

이제 캐나다에 온 지 14주 차가 되었고, 3개월이 넘었다. 나는 취미로 테니스를 치는데, 한국에서부터 즐겨 쳐서 캘거리에 오자마자 한 일이 테니스 파트너를 찾는 거였다. 몇 주 전에 캘거리에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이 테니스를 쳤던 분을 만났는데 그분이 "오랜만에 뵙네요. 3개월 만인가요?"라고 인사를 건넸었다. 재밌었던 건 그 당시에는 내가 캘거리에 온 지 3달이 안 됐었다. 그래서 웃으며 "제가 온 지 3달이 안 됐는데요"라고 하니 온 지 오래된 것 같다고…. 그냥 적응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였다.


개인적으로 '적응을 잘하고 있다는 것'은 남들과 잘 어울리고 크게 스트레스받지 않으며 '무난하게 생활'한다는 의미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적응을 꽤나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적응을 꽤나 잘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같이 일하는 우크라이나 아줌마와 문제가 있기 전까지. 그녀의 성격이 온화하지 않다는 것은 일찌감치 알았다. 내가 일을 먼저 끝내서 도와주러 가도 그녀는 고마워하기는커녕 '왜 왔어? 내 일 빼앗지 마'라는 태도를 보이며 탐탁지 않아 했다. 나도 원해서 도와주러 간 건 아닌데…. 그래서 같이 일할 때는 최대한 그녀한테 맞춰서 일하려고 노력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되었다.


사건의 발단은 룸 청소 후 각자의 태스크를 할 때였다. 나는 호텔의 로비 청소를 태스크로 받아서 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갑자기 대걸레를 들고 로비로 나타났다. 나는 그녀가 나의 일과 그녀의 일을 혼동하고 있다고 생각해 그 부분을 확실히 하고자 했지만 그녀는 그것을 지적으로 받아들인 듯 자기 일을 체크하지 말라며 소리를 질렀다. 그것을 총지배인(General Manager)이 듣게 되었고, 그녀가 나한테 사과하는 것으로 사건을 일단락되었다. 추가적으로 총지배인과 하우스키핑 매니저가 이번 일은 나의 잘못이 아니고 그녀의 개인적인 문제 때문이며 우리는 그런 걸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해줘서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받았다.


우크라이나 아줌마랑 한판 붙은 후 간 쿼리 레이크(Quarry lake Park)


안미옥의 시 '생일 편지' 마지막에 "너는 무서워하면서 끝까지 걸어가는 사람"이라는 구절이 있다. 사실 우크라이나 아줌마 외 여러 가지 이유로 캔모어 생활이 썩 맘에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시간이 성장의 발판이라고 생각하면서 견디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언제나 '무서워하면서 끝까지 걸어가는 사람'이고 싶기 때문에 캔모어 생활의 끝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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