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세, 캐나다에서 다시 시작
이제 캔모어에서 일한 지 한 달이 지났고, 캐나다에 온 지는 12주 차가 되었다. 그리고 이전글(급하게 먹으면 체한다)을 쓴 지 한 달이 지났다. 브런치에 일주일에 한 번 글을 연재하는 건 빼먹지 않고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나는 여전히 나를 모른다. 궁색한 변명을 하자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전글에서 어떤 일을 구했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 내가 구한 일은 바로 하우스키핑이다.
한 달 동안 하우스키핑 일을 해보니 장단점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우선 가장 큰 장점은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단점은 단순반복적 육체노동이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상당하다⎯덕분에 체중 감량에 도움을 받았다⎯는 것과 단순 반복으로 인한 지루함이다. 하지만 장점이 단점을 상쇄하는 것 같다. 현재 일하고 있는 호텔에 칠레에서 온 동료가 있다. 그는 칠레에서 웹디자이너였다. 디자이너로 일할 당시 많은 일을 해야 했고 퇴근하고 나서도 일 생각을 멈출 수 없었으며 클라이언트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일이 좌우되는 게 싫어서 하우스키핑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일을 시작한 지 5년이 됐고, 지금도 이 일에 만족하면서 지내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 나는 인정욕구가 강한 사람⎯한국에서 인정욕구가 없기도 어려울 것 같지만⎯이었다. 그래서 회사에서 느끼는 성취감이 중요했다. 내가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고,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원했다. 이런 욕구의 문제는 타인의 인정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가치에 확신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확인받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타인의 평가에 의존하는 것은 때때로 불행할 수밖에 없다. 인정욕구가 실현되지 않으면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느끼는 형태로 좌절감, 굴욕감 등의 감정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나는 나에 대한 타인의 평가와 인정욕구에서 벗어나고 싶어 캐나다로 왔고, 하우스키핑이라는 일을 선택했다. 하지만 여전히 실수했을 때 실수한 나를 자책하곤 한다.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려 하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을 때 조바심과 불안에 떨던 지난날들이 습관처럼 남아있다. 그럴 때마다 나 자신에게 '무겁게 살지 말자'하고 말한다. 무겁게 살지 말자.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실수는 삶의 일부다. 나는 캐나다에서 그 사실을 배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