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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먹으면 체한다

34세, 캐나다에서 다시 시작

by normal B

캐나다에 도착해서 3주 동안은 일을 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굉장히 불안했던 것 같다. 특히 나는 차가 없어서 이력서를 넣을 수 있는 곳에도 제한이 있었다. 구직 사이트를 통해 매일 몇 개의 이력서를 넣어도 연락 오는 곳은 별로 없고, 가뭄에 콩 나듯 인터뷰를 봐도 좋은 소식을 듣지 못했다.


나는 초조하거나 불안할 때 성급하게 결정하곤 한다. 한국에서도 다니고 있는 직장이 맘에 들지 않아 빠르게 이직을 했던 적이 있는데, 대체로 성급한 결정은 아쉬움을 남기기 마련이다. 경험을 통해 매번 배움을 얻고 성장하면 좋으련만 나는 안탑게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곤 한다. 이번에도 빠르게 일을 구하고 싶은 마음에 성급한 결정을 할 뻔했지만 집주인 언니와 세입자 친구들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도와주었다. 불안해하는 나를 보며 그들은 그들이 경험했던 이야기를 해주었고,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불안을 다스릴 수 있었다. 무엇보다 "급하게 먹으면 체하기 마련이다"라는 집주인 언니의 말이 경종이 되었다.


아무튼 여기저기 문을 열심히 두드린 끝에 드디어 캐나다에 온 지 7주 차, 일을 구했다. 이전글(뭣이 중한디)에서 도착한 지 1주 만에 캔모어(Canmore)에 갔다 왔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캔모어에 반해 캔모어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쪽으로 일을 찾아봤다. 캔모어와 밴프(캐나다 로키산맥 관광지)는 여름에 관광객들로 붐벼 5월부터 10월까지 로키산맥 관광지 중심의 호텔, 레스토랑 등에서 시즈널 잡(Seasonal Job)으로 구인을 많이 한다. 덕분에 캔모어에 시즈널 잡을 구할 수 있었다. 이 글이 발행되는 날이 나의 첫 근무일일 것이다.


밴프 타운(Banff Town)


드디어 일을 구했는데 마냥 기쁘거나 설레지만은 않다. 이제 캘거리에 조금 적응한 느낌인데 다시 캔모어라는 새로운 곳에서 처음 해 보는 일을 한다는 사실이 두렵기도 하다. 하나의 걱정이 해결되면 또 다른 걱정거리를 찾는 것이 사람인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걱정 속의 작은 설렘이나 가능성을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결국 모든 것은 걱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스리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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