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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밀크셰이크, 나만의 삶

34세, 캐나다에서 다시 시작

by normal B

캘거리에는 Peters' Drive-In이라는 밀크셰이크 가게가 있다. 이 가게가 특별한 이유는 3가지 맛을 섞어서 나만의 밀크셰이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밀크셰이크 맛도 다양한 데다 3가지 맛을 섞어 먹을 수 있어서 무려 4,500개의 콤비네이션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어떤 맛을 조합해서 먹어볼까 고민하다가 뭔가 상큼한 밀크셰이크를 먹고 싶어서 라임, 오렌지 그리고 파인애플 맛을 선택했다. 생과일로 만들어서 그런지 파인애플 과육이 씹히고 과일 요거트같이 상큼 달달했다. 집하고 거리가 멀어서 자주 가진 못할 것 같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가서 매번 다른 조합으로 먹어 보고 싶다.



이제 캐나다에 온 지 6주 차, 어쩌다 보니 여기서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됐는데 Peters' Drive-In에서 나만의 밀크셰이크를 만드는 것처럼 모두 원하는 대로 선택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30년 전 군대에서 컴퓨터 기술을 배운 것을 계기로 기술 이민을 오신 분, 10년 전에 워킹 홀리데이를 왔다가 배우자를 만나 정착하신 분, 4년 전 유학 와서 졸업 후 취직, 사업까지 하고 계신 분, 9년 전 한국에서 캐나다 시민권자인 배우자를 만나 캐나다로 오게 되신 분.


내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느꼈던 것은 ’용감함‘이었다. 어떻게 30년 전에 컴퓨터 기술을 배워 이민을 올 생각을 하셨을까. 어떻게 짧은 워킹 홀리데이 기간에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결심하셨을까. 어떻게 4년 전 혼자 유학 와서 졸업하고, 취직하고, 사업까지 하게 되었을까. 어떻게 한국에서 캐나다 시민권자인 배우자를 만나 캐나다로 올 생각을 하셨을까. 용감하다.


나는 20대 후반일 때도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고 싶었다. 한국의 사회적 시계에 따르면 직장을 구해 자기 밥벌이를 해야 하는 나이였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한테 워킹 홀리데이를 가고 싶다고 말했을 때 많은 우려의 목소리를 들었다. "취업은 언제 하니?", "워킹 홀리데이 가서 뭐 하게?" 등의 걱정들이었다. 그때의 나는 그런 걱정들과 사회에서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을 정도로 용감하지 못했다.


지금도 '20대에 워킹 홀리데이를 떠났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러면 호주, 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지 못했던 것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미련을 남긴다. 하지만 나는 결국 워킹 홀리데이를 왔고 내 인생에 무엇을 넣을지 고를 수 있는 날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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