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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rmal B Apr 06. 2024

탐식과 절제

Date. 24.04.05 Fri

점심에 먹을 도시락도 싸고 집에서 저녁식사도 해 먹으려면 아주 현명한 장보기를 해야 하는 것 같다. 현명한 장보기, 즉 현명한 소비의 본질은 절제이다. 사야 할 것과 사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고, 사지 말아야 할 것을 사지 않아야 한다. 절제가 부족하면 사지 말아야 할 것을 사게 되고 결국에는 사야 할 것도 사게 되므로 지출이 많아지게 된다. 그렇다고 무작정 욕구를 절제하게 되면 후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후폭풍이란 절제했던 욕구가 터져 사지 말아야 할 것을 마구 사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보상 소비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나는 후폭풍을 종종 맞곤 한다.


24년 04월 05일의 도시락 / 삼각김밥, 치킨너겟, 파전, 오이&된장, 단무지


나는 스스로 절제력과 참을성이 없다고 느낀다. 한 번도 뭔가를 진득하게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에는 공부를 끈기 있게 하지 못했고, 직장인이 되어서는 회사를 버티지 못했다. 그밖에 다이어트, 운동, 블로그 등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끝낸 일이 부지기수다. 이렇게 내가 해온 경험들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모두 실패의 경험들인 것만 같다. 비록 나는 많은 일들을 실패했고, 실패하고 있고, 앞으로도 실패하겠지만, 나 자신을 미워하거나 싫어하지는 않는다. 그저 내가 실패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을 뿐이다. 그리고 '절제력과 참을성이 부족해서'라는 결론을 얻었고, 이렇게 절제력과 참을성이 부족한 나라는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고민한다.


우선 나는 적정한 기대 수준을 갖으려고 한다. 예를 들어 상품을 구매할 때는 그 상품에 대한 소비 기준을 갖는 거다. 우리 대부분은 이미 어느 정도 특정 상품에 대한 심리적인 가격 저항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개중에는 형편없는 기준도 있고, 기준을 정해놓는다고 언제나 잘 이행하는 건 아니다. 나는 삼각김밥이 500~700원 했던 때⎯10년 전이다⎯를 알아서 그런지 지금의 1,500원짜리 삼각김밥은 선뜻 손이 가지 않지만 4캔의 11,000원짜리 맥주는 거침없이 사곤 한다. 이렇듯 탐식과 절제 사이에서 항상 절제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노력이 위안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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