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24.04.01 Mon
새 회사에 출근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싫어진 게 있다. 바로 월요일이다. 그래도 출근길에 맑고 따뜻한 봄날씨를 느낀 순간에는 잠시나마 긍정적일 수 있었다. 하지만 출근하자마자 오전 내내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회사 프로그램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보니 부정적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덕분에 잠깐 '입사자한테 만족스러운 온보딩을 제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해 보기도 했다. 점심시간에 근처 공원에서 도시락을 먹을 예정이어서 시간이 빨리 갔으면 했다. 역시 따뜻한 봄날씨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시간에 맛있는 도시락을 먹는 건 감정이 환기되는 일이었다.
점심시간으로 다소 평온해졌던 마음은 오후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빠르게 어지러워졌다. 다시금 '조직이란 이런 곳이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아서 수신자로 하여금 의도를 파악하게 만드는 화법, 번거롭고 이해가 되지 않는 비효율적인 프로세스.
오늘부터 월/수에는 퇴근 후 수영을 간다. 물속에 있을 때는 정말 고요하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고요함은 나에게 평온함을 가져다준다.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운동이 정말 좋은 해결책이다. 운동을 하는 시간에는 내 몸의 움직임만 생각할 수 있다. 나는 수영할 때 다리를, 팔을 어떻게 움직여야 물을 더 잘 헤치며 나아갈 수 있을지만 생각한다.
어제저녁, 유튜브에서 석가모니 명언 모음집을 들으면서 잠을 청했다. 석가모니 명언 중에 이런 말이 나왔다. "인간이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다. 그리고 물건이란 사용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세상이 혼돈 속에 빠진 이유는 물건들이 사랑을 받고, 사람들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의 많은 학자들도 이 부분을 지적한다. 김누리 중앙대 교수는 저서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에서 '돈은 인간이 필요에 의해서 발명한 것이지만, 지금은 돈이 인간을 지배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인생의 목적은 자산 축적이나 노후 준비가 아니라고. 그렇다고 나한테 어떤 인생의 목적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물속에서 헤엄치며 놀듯이 살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