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24.04.12 Fri
오늘 영화 '댓글부대'를 봤다. '댓글부대'는 기자 임상진(손석구)이 영화 속 댓글부대를 취재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댓글부대'를 보다 보면 인터넷 문화가 얼마나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진실을 거짓으로 바꾸고, 악성댓글로 사람의 목숨을 잃게 만든다. 우리는 왜 이렇게 댓글에 영향을 많이 받을까?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본능적으로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은 욕구와 타인과 연결되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소속 욕구와 사회 연결 욕구는 대세에 따르는 경향을 만들어 낸다.
가끔 주위 사람들이 인터넷 세상 속 댓글부대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진실을 알 수 없도록 여론을 호도하는 댓글부대처럼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 수 없도록 혼란을 일으키는 주위 사람들.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없다면 인간관계에서 오는 불행 한 가지는 없는 것이다. 모델 한혜진은 자신의 유튜브에서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으면 어떤 것도 의심하지 말고 그 목표만 향해서 가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런 부분에서 제일 걸림돌이 뭐냐면 주변 사람들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제가 무슨 일을 결정할 때 절대 주변 사람들에게 묻지 않습니다. "너무 괜찮다" 혹은 "너 잘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왜냐면 누군가의 용기와 모험심을 들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한테 위기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좋은 소리가 안 나와요. 대부분 반대합니다. 참 신기해요. 그리고 주변 사람들한테도 이야기하지 마세요. 그냥 혼자 열심히 계속하면 돼요."
20대 후반일 때 나는 워킹홀리데이를 가고 싶었다. 사회적 시계에 따르면 직장을 구해 자기 밥벌이를 해야 하는 나이였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한테 워킹홀리데이를 가고 싶다고 말했을 때 많은 우려의 목소리를 들었다. "취업은 언제 하니?", "워킹홀리데이 가서 뭐 하게?" 등의 진부한 걱정들이었다. 그때의 나는 그런 진부한 걱정들과 사회적 시간에서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을 정도로 자아가 강하지 못했다. 결국 결정은 내가 했기에, 주변 사람들을 탓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미련과 아쉬움만이 남았다.
요즘 읽고 있는 「마음을 돌보는 뇌과학」에 따르면 전 세계인의 3분의 1 이상은 외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외로움은 '오늘날 우울증을 일으키는 상당한 기여 요인'이며, '조기 사망에 기여하는 요인'이다. 이렇게 정서적, 신체적으로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외로움은 누구나 예상하겠지만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으로 이겨낼 수 있다. 하버드대학 교수 조지 베일런트가 30년간 진행한 행복한 삶의 열쇠를 알아보는 연구에서 발견한 것이 있다. "대다수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나 사회적 지위, 명예, 권력이 아니라 가족, 친구, 동료와의 친밀하고 만족스러운 관계라는 점이다". 조지 베일런트는 "연구가 처음 시작됐을 때는 누구도 공감과 친밀함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나이 드는 열쇠는 사람들과의 관계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간관계는 분명 때때로 불행과 상처를 가져다준다. 그래서 세상 모든 사람들을 향해 “나한테 말 걸지 마!”라고 소리치고 인간관계로부터 도망쳐 고립되고 단절되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불행을 덮어주는 행복도 반드시 인간관계에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