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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rmal B Apr 16. 2024

김밥처럼 쌓아 올린 자아들

Date. 24.04.15 Mon

요즘 건강한 자아를 가진 사람은 보기 힘들지만 자아 과잉인 사람은 쉽게 볼 수 있는 것 같다. 한 예로 나는 자기 자신을 '날씨요정'이라고 칭하는 사람들을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는 비대한 자아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들으면 뭘 그렇게까지 생각하느냐고 하겠지만⎯내 지인 중 한 명은 실제로 이렇게 말했다⎯ '날씨요정'이라는 건 특정 사람(자기 자신)으로 인해 날씨가 변한다는 건데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날씨는 시시각각 바뀌는 대기의 상태에 따라 달라지고, 대기는 중력과 온도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물론 자기가 ‘날씨요정'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나 듣는 사람들 모두 일종의 농담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안다(진지하게 자기가 ‘날씨요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정말 문제다). 어쨌든 본인이 날씨요정이라며 “나는 좋은 날씨를 몰고 다닌다”라고 말하는 사람들 혹은 그 반대인 경우라도 어느 정도는 자기중심적 사고⎯자기 자신으로 인해 날씨가 변한다는⎯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24년 04월 15일의 도시락 / 김치소시지계란김밥, 간장치킨


'날씨요정'들과 마찬가지로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도 자기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를 하는 형태로 자기중심적 사고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반대가 끌리는 이유에서였을까? 내가 자신감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 매력적으로 보였었다. 하지만 자신감과 실제 능력이 비례하는 경우는 없었다. 전회사에서 8년 차 마케터가 입사했을 때 그는 “이제 제가 있으니까 이 회사 잘될 거예요”라며 자신감을 나타냈지만 당연히 잘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마케터는 퇴사했다.


지금 팀에 나보다 한 달 먼저 입사한 사람이 있다. 얼마 전 그 사람과 같이 식사할 기회가 있어 얘기를 나눠보니  “내가 이 월급 받으려고”, “내가 뭐가 부족해서” 등의 말을 하며 맡은 업무에 상당히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자기는 “지금도 여기저기 오퍼가 온다”면서. 나도 이 회사에 입사했을 때 잠깐 '현타'를 느꼈다. 첫 번째 도시락 일기에 이렇게 쓰기도 했다. "20대 처음 사회생활 시작했을 때 받았던 월급을 받으며, 중식제공도 되지 않아 도시락을 싸서 다니다니. 나에게도 계획이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이게 맞는 걸까?"라는 의심과 함께 뭔가 퇴보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가치가 없는 사람이 된 것 같기도 했다." 이런 생각은 어디에서 왔을까. 내 마음속에는 사실 이것보다는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고 타인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던 걸까?


도시락통에 김밥을 차곡차곡 쌓아 담듯이, 살아가면서 자아도 '나'라는 통에 차곡차곡 쌓아가게 되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은 넘치도록 담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모자라게 담을 것이다. 나는 되도록이면 모자라게 담아 나에 대한 실망과 세상에 대한 원망으로부터 멀어지고 싶다(하지만 도시락통은 항상 가득 채울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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