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24.04.09 Tue
막 끓인 카레의 맛을 보면 뭔가 아쉬운 적이 많았다. 맛있는 카레가 먹고 싶어서 이것도 넣고, 저것도 넣고, 시간도 충분히 들였다고 생각했는데 왜 맛이 없을까? 처음에는 김이 팍 샜다. 열심히 끓인 카레를 설레는 마음으로 한 입 먹었는데 기대만큼의 맛이 나지 않으니 당연히 맥이 빠질 수밖에. 하지만 이제는 막 끓인 카레 맛이 다소 아쉽게 느껴지더라도 괜찮다. 카레는 하루가 지나면 맛있어진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희한하게도 카레는 하루가 지나야 맛있다. 하룻밤 재운 카레는 깊은 맛이 우러나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어떤 것들은 노력하지 않아도 그저 시간이 흐르는 것만으로도 더 나아질 때가 있다. 하루만 지나면 저절로 맛있어지는 카레처럼. 생각해 보면 세상에는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들이 많다. 부정적인 감정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마음을 돌보는 뇌과학」의 저자는 책에서 "모든 기분이 왔다가 사라지듯이 우울증 역시 일시적 현상임을 깨달을 수 있다. … 그 어둠은 물러가게 돼 있다. 설령 지금 당장은 그렇게 느껴지지 않더라도, 우리의 뇌는 그렇게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절대 불안과 우울한 감정이 인생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은 아니며, 우울증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진부한 조언이지만 규치적인 운동, 건강한 식습관, 충분한 휴식과 수면이 필요하다.
인생도 저절로 맛있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인생에서 어느 정도는 시간의 도움을 받는다. 나는 스스로 깨닫든 깨닫지 못했든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부분이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맛없는 재료로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없다. 카레가 하루만 지나면 저절로 맛있어진다고 해도 어떤 재료를 넣느냐는 중요하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나는 인생에 어떤 재료를 넣을 것인가. 30대 중반에서야 내 인생을 맛있게 만들어 줄 재료들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