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는 항구다.
-prologue-
島 (섬 도) 자에는
‘새가 날개를 쉬어가는 곳’
‘바다 위에 산’이라는 뜻이 있다.
오롯이 홀로 바다 위에 떠있는 이 섬이
내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할 무렵,
인생은 결국 혼자구나 하는 명백한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섬에는,
불쑥 새들이 찾아와 쉬어갔다.
저기 건너편엔 나와 닮은 섬들이 있었다.
우리는 결국 혼자지만
혼자가 아니게 하는 섬이 있다.
세 번째 시골버스는 목포다.
“아무것도 없는 섬이 있어요. 슈퍼도 없어요” 짝꿍은 자신의 아버지의 고향인 고하도에 대해 '아무것도 없는 섬’이라고 말했다. 가는 길에 돼지 축사가 있어 어렸을 적엔 언니와 코를 막고 뛰어가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코를 막고 도착한 할머니 집 앞마당엔 탁-트인 바다가 있다고 말했다. 아무것도 없는 섬. 슈퍼도 없는 섬.
하지만, 참 많은 게 있는 것처럼 들렸다.
세 번째 시골버스 답사지를 어디로 할지 고민하던 차에 이곳이 점점 마음에 자리 잡았고, 혹시 이곳은 어떨까 하는 마음에 고하도까지 버스가 다니는 것을 확인했다. ‘시골버스’ 처음으로 동행자가 생기게 됐다. 언제나처럼 필카를 챙기고 이번엔 영상을 찍어볼까 하여 영상 장비도 챙겼다. 이 짐의 무게만큼 부담이다. 도착한 목포역에서 날 기다린 건 먼저 간 마음이었다.
100년이 넘은 목포의 역사(驛舍). 목포는 항구라고 생각했지만 목포역도 꽤나 나이를 먹은 셈이다. 목포역 앞으로 중년의 아저씨들이 사진을 찍는다. “우리 여기서 사진 한 방 찍자” 지난 추억을 이야기하는 나이 든 소년들 뒤로 목포역도 시간을 되돌린다.
“찰칵”
이번에는 서울에서 숙소를 정하고 출발했다. 시골버스는 숙소를 따로 정하고 가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혹시 예약을 하지 않으면 묵지 못할까 하는 노파심에서였다.
‘觀海莊’ 관해장 (바다를 바라보는 여관) 이름이 매우 근사했다. 목포역에서 걸어서 20분 남짓. 길은 마치 전성기가 끝나버린 유명 배우의 모습이다. 바랜 간판들이 즐비하고 단란 주점 조명들은 밤이 되어도 켜지지 않을 것만 같다. 마음의 시간을 이 거리의 전성기로 돌려본다. 낮보다 밝은 항구의 밤. 만선으로 돌아온 뱃사람들이 술에 취해 골목의 식당을 누빈다. 건배! 바다의 짠내가 이곳저곳에 쌓인다.
“쉬이익” 찬바람에 눈을 뜨니 겨울 햇살만이 휑한 거리를 비출 뿐이었다.
젊은 사람들은 거의 없다. 거리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집게를 들고 마을을 청소하고 있었다. 이따금 햇살이 닿아 데워진 벽에 일렬로 등을 기대고 쉬고 계셨다. 손뼉 치며 나무에 등을 두드리는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드르륵” 여행 가방의 바퀴 소리가 조용한 골목을 가로질렀다. 일렬로 늘어선 할머니 할아버지가 우리를 동시에 쳐다본다. 곳곳에 말린 생선들이 손 닿을 수 있는 곳에서 찬바람에 말려지고, 방앗간에선 갓 짜낸 참기름 냄새가 났다. 저기 관해장 간판이 보였다.
p.s
2018년 목포를 다녀온 짝꿍은
2024년 글을 올리는 지금 아들을 씻기고 있다.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