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은 어려워!
늦은 아침을 먹고 고하도로 가는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고하도까지 목포대교로 연결되어 있어서 섬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노선이 아니어서 1시간 넘게 배차간격이 길었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항구에 있는 카페에 들렀다. 카페 아주머니가 우리를 반겨주셨다. “서울 분이세요?” “네” “근데 여그까지 우짠 일로 오셨다요?” “아 일 때문에 왔는데요 고하도 가야 해서요” “고하도는 우짠 일로?” “아~ 그냥.. 뭐 좀 보려고요” “그럼 내가 태워줄까? 나도 손님 없어서 바람 좀 쐬고 싶은디” “네? 아뇨~ 괜찮아요” “아녀요 내가 데려다줄게” 갑자기 태워주신다는 말에 조금 당황했지만, 정말 바람을 쐬고 싶으신 것 같았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사장님 차에 올라타고 고하도로 향했다. “여기 토박이세요?” “네 여그서 쭈욱 살다가 이제 카페 열어서 있어요 이제 고하도예요 어서 내려줄까요?” “아 여기서 내려주세요 감사합니다. 또 놀러 갈게요” “그래요 좋은 시간 보내요잉” 환하게 웃으시는 사장님은 다시 가게로 향하셨다. “되게 좋으신 분이다” “그렇네요. 오빠 일로 가면 우리 시골 나와요” 짝꿍의 시골에 도착했다.
말로만 들었던 아무것도 없는 섬에 진짜로 오게 됐다. 반짝이는 바다 너머에는 높게 올라선 아파트가 보이고 저마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배들이 파도의 리듬에 뒤뚱거렸다. 누구 보라고 반듯하게 생긴 건 없다. 그래서 자연에 더욱 눈이 가는 곳이었다. 짝꿍의 안내에 따라서 걷다가 길게 늘어진 축사를 발견했다. “으윽!” 냄새에 예민한 코를 막았다. 처음엔 짜릿했지만 곧 시골의 냄새려니 하고 손을 내렸다. 할머니는 우리가 타려고 한 버스를 타고 장에 나가시고 집에는 할아버지만 계실 거라고 했다. 시내에서 사 온 음료수를 들고 짝꿍은 시골집으로 향했다. 그 사이에 나는 축사를 지나 동네를 바라봤다. 근처에 어업을 하는 마을 주민들이 신기하게 쳐다봤다. 나는 멀찌감치 그들이 하는 일을 바라보기도 하고, 굴뚝에서 올라오는 김을 한참 올려다보기도 했다. 굴뚝이 있는 집에는 대략 10마리 정도의 고양이가 있었다. 사람보다 고양이가 더 많은 집 같아 보였다. 아마도 좋은 사람이 사는 집인가 했다. (고하도의 정령인가?)
“뭣하러 찍어요?” 지나가던 할머니가 연신 쳐다보시더니 한마디 툭 던지신다. “그냥요 여기 이뻐서요” “여그가 뭐가 이쁘다요” “할머니 집은 어디세요?” “나 저그 빨간 지붕이 내 집이여 그럼 잘 찍으쇼잉” 상당히 쿨한 할머니의 뒷짐에는 비닐봉지가 꼬리처럼 흔들거렸다.
“오빠” 멀리서 짝꿍이 다가왔다. 할머니는 4시에 오신다고 했다. 버스가 고하도를 들어오는 모습을 촬영하고 싶어 추위 속에서 버스를 한참 기다렸다. 짝꿍과 나는 말이 없어졌다. 어떤 이야기를 담아야 하나 정답 없는 이곳에 정답을 찾느라 마음이 분주했고 추위에 같이 떨고 있는 짝꿍이 신경 쓰였다. “우리 할머니다!” 짝꿍은 정적을 깨고 웃으며 말했다. 나는 멀리서 버스를 찍고 그 사이 할머니와 짝꿍은 짧은 인사를 나눴다.
해가 지기 전에 다시 관해장으로 돌아왔다. 답답한 마음에 시내에 있는 카페를 가자고 했다. 갈 곳 잃은 펜은 의미 없는 것들을 적고 있었고, 시간이 갈수록 점점 미궁으로 빠졌다. 확실히 지난 시골버스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혼자 여행을 떠났던 그때와 달라서였을까? 아니면 점점 어떤 답을 정해두고 답사를 가고 있던 것일까? 선물처럼 있었던 예전의 시골 이야기들이 이번에는 좀처럼 찾기가 힘들었다. 목포 이틀째. 나만의 굴을 파고 그곳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목포. 넌 무엇이더냐..’
혼자라면 동네 사람들에게 다가가 뭐라도 물어보고 이야기를 나눴을 텐데 혼자가 아닌 까닭에 이곳의 삶과 사람에 맞춰 들어가기가 어려웠다. 시골버스는 어느 정도 외로워야 되는구나 싶다. 내일 다시 고하도로 와서 인터뷰를 시작해 볼 마음으로 관해장에 들어왔다. 어슴푸레 관해장 간판이 보였다. 목포의 집이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