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irector JI Sep 01. 2024

시골버스_목포편 Ep5

어둠을 정면으로 바라볼 깡다구가 있는가?

다음날도 고하도로 향했다. 오늘은 마을 분들을 만나 뵙고 이곳의 사투리로 정류장 녹음을 해볼 생각이었다. 버스를 타고 마을 회관에 내렸다. 추운 날씨에 길이 휑했다. 이따금 회관에 모이는 몇몇 분들만 보였다. 이미 자신감이 바닥을 친 상황이라 들어가려고 해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정류장에서 기회를 엿보던 찰나, 한 할아버지가 먼저 와서 어쩐 일로 왔는지 물어보셨다. 그때, 짝꿍이 옆에서 저기 바닷가 앞에 집이 자신의 시골집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아 그럼 그 김가네 손녀딸이여?” “아 네 제 할아버지예요” “옴마 내가 할아버지 사촌이여!” 벌떡 일어나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왜 이곳에 왔는지 말씀을 드렸다. “할아버지 댁이 어디세요?”  “울 집? 저~짝” 댁으로 가서 녹음을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같이 집으로 향했다. 할아버지가 귤을 들고 나오셨고 곧 할머니도 오셨다. 

#시골은 역시 인맥인가?

“아따 여그가 그 김가네 손녀딸이랑께” 할머니는 우리를 친손자 보듯 웃으시면서 “그려? 그려~” 하신다. 한참을 돌고 돌아서 다시 시골버스 안내방송 녹음을 시도했다. “네 그래서요 할머니, 여기 말로 고하도 마을회관입니다를 뭐라고 해요?” “뭐라고 하긴 뭐라고 해 여그는 고하도입니다 그랴” 나와 짝꿍은 웃음이 터졌다. “아 할머니 그랴를 빼고 한 번 더 해주실 수 있으세요?” “여그는 고.하.도 버스정류장입니다~... 그랴.” 시골버스에 지역 통역사가 있어야 할 모양이다. 웃으면서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설명하는 짝꿍의 모습을 보니 혼자 굴을 파고 있던 어제의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회관에 볼일이 있어서 다시 나가신다고 하셔서 같이 집을 나섰다. 짝꿍을 쳐다봤다. “고마워 덕분에 조금 더 다가갔네”, “고하도에 소문 다 나는 거 아닌가 몰라요~”


마지막 버스를 타고 돌아가는 길에 해가 저물었다. “덕분에 그래도 마음이 한결 편해졌어” “아니에요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오늘은 고기 사줄게” “오예~!” 어느새 해는 수평선을 넘어 퍼런 목포의 만들었다. 마치 바다 밑에 잠수함을 타고 다리를 건너는 듯했다. 혼란스러웠던 목포의 이틀을 차분히 떠올려보았다. 사무치듯 툭툭 위로해 주는 목포의 품을 보지 못하고 좋은 것만 보고 이야기하려는 내 고질적인 아킬레스건이 찌릿했다. 감정을 편식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것들만 좋은 것이라는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있다. 외롭고 힘든 감정들을 견뎌야지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있는데 내 마음에는 추가 없다.  

#고하도에서 목포로 가는 버스 안
#섬을 연결하는 다리

“삐~” 버스 문이 열리고 관해장으로 향했다. 우리는 짐을 풀고 고깃집으로 향했다. 먼저 서울로 올라가는 짝꿍에게 마지막 관해장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나도 관해장에서의 마지막을 담았다. 달인지 가로등인지 모를 빛이 창문에 일렁였다. 어느새 이곳에서의 재채기도 사라져 버렸다. 

#관해장 마지막 밤
#관해장 마지막 밤

p.s 마음에도 부력이라는 것이 있어서 추를 달아야 한다. 


<다음 화에 계속>

이전 12화 시골버스_목포편 Ep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