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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도 박둥둥의 월급루팡 도서리뷰
이상의 데뷔작 <12월 12일>은 날카로운 면도날 같은 문장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펜은 나의 최후의 칼이다”라는 작중 그의 말처럼, 이 작품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세상과 싸우는 듯한 절박함과 결연함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신인작가는 독자를 이해시키려 애쓰거나 설득하려 하지 않았다.
읽어달라 애원하는 마음은 더더욱 없다.
그는 그저 참을래야 참을 수 없는 마음을 담아 문장을 칼처럼 휘두르며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물론 데뷔작인 만큼 <12월12일>에는 아직 당대의 기존문학과 비슷하거나 불필요하고 어설픈 문장들이 섞여 있지만, 방심하며 읽다가는 독자가 어느덧 권태로운 자신의 존재가 피를 흘리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새로움과 충분한 공격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 칼날을 휘둘러 현대문학으로 가는 길을 뚫어내었다.
마치 스스로 제왕절개하여 태어나는 비범한 영웅처럼.
그러기에 이 작품은 단순한 문학이 아니라, 그의 삶의 몸부림이기에 더욱 특별하다. 이상이 토해낸 절실한 언어의 힘을 더 근원에서부터 느끼고 싶은 당신에게 이 작품은 권유와 청탁이 아닌 의무와 강제성으로 명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