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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헬 하운드를 만드는가 - <바스커빌가의 사냥개>

괴도 박둥둥의 월급루팡 도서리뷰

by 박둥둥 Mar 20. 2025

이전에 몇 번 이야기했지만 난 어릴 때부터 홈즈의 팬이었다. 런던 베이커 스트리트 221B의 홈즈 뮤지엄에 갔을 때 그의 사무실로 올라가는 계단이 정말로 17 계단이라는 것을 두근 거라며 세면서 올라갔던 기억이 생생할 정도로. 


그런 팬의 입장에서 <바스커빌의 개>가 홈즈 시리즈 중 문학적으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에 나는 언제나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이 작품은 트릭도 엉성하고(읽다보면 이게 정말 가능할까? 의심이 가는 트릭에 결국 결말도 시원하지 못한...) 배경도 런던이 아닌 어느 시골구석의 저택이며, 홈즈가 초반에만 잠깐 나온 뒤 중반 넘어가도록 안 나오는 작품이기에 다들 왜 이 작품을 홈즈 시리즈 중 최고의 작품이라 평하는지 매우 불만스러웠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박산호 님 번역으로 나온 민음사판을 읽고 내친김에 밀리에 등록된 다른 판본들도 동시에 읽어보니 확실히 문학성으로는 다른 작품보다 탁월한 작품이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어떤 작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에는 물론 여러 가지 기준들이 있지만, 그중 중요한 조건 중 하나가 마치 샌드박스형 게임과 같이 다양한 독자가 각자의 다양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작품이라야 한다는 것이다.

문학이 가진 비유와 상징이라는 만화경 같은 장치를 통해 시대도 신분도 성별도 다른 독자들은 작품 안에서 각자 서로 다른 것을 볼 수밖에 없다. 이때 이 만화경의 성능이 나쁘면 기껏해야 서 너 개의 다른 그림들만 잘 흔들어서 보일락 말락 할 뿐이지만, 정교하게 잘 만든 만화경은 수백만의 독자가 수백만 번 작품을 흔들어 안을 살펴볼 때마다 다른 그림을 만들어낸다. 홈즈 시리즈에서는 <바스커빌의 사냥개>가 이렇게 가장 많은 그림들을 보여주는 만화경이었던 것이다.


특히 이번에 내가 주목해서 읽은 것은 개의 정체였다. 평범하고 심지어는 사랑스럽기도 했을 강아지는 여성 혹은 피지배층이나 식민지인, 유색인종이라는 타자화의 라벨링을 거쳐 지옥에서 온 헬하운드로 변신하여 사람 잡는 개가 되어버린다.

그런 의미에서 작품에서 헬하운드를 두고 보통의 개에다가 인을 칠하고 분장시켜 안광이 타오르고 불을 뿜는 지옥의 개로 만들었다고 묘사한 점은 매우 절묘하다. 평범한 보통의 개가 타자화의 라벨링을 거친 뒤 괴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은유한 대목이기 때문이다.


누가 강아지를 헬하운드로 만들었는가. 또 만들어가는가.

작은 사건은 해결해도 큰 현실은 해결하지 못한 채 그대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좋은 추리소설의 결말이 가져야 하는 법칙은 이 작품에서 깊이를 알 수 없는 늪과 그곳에서 사라진 범인의 행방이라는 결말로 지키지며 빅토리아시대라는 어두운 용의 얼굴에 타오르는 화룡점정을 찍는다.

만화경이 비추는 만 개의 환상이 어느덧 자신의 얼굴로 돌아오는 작품, 이런 책을 읽을 때 독서는 비로소 동사가 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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