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도 박둥둥의 월급루팡 도서리뷰
아즈마 히로키 답게 논리의 전개가 과감하면서도 치밀하다.
이거야 기본 칭찬이고 이 책의 좋았던 점은 마치 여러 레벨이 나뉜 스키장처럼, 독자가 자기 레벨과 취향에 맞는 내용들을 독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왜 자기 자신도 관광객이면서 다른 관광객과의 차별을 원하는가, 왜 우리는 자기도 한국인이면서 다른 한국인들이 하나도 없는 로컬 주민들의 찐 맛집을 찾고, 자신은 쇼핑을 하거나 랜드마크 앞에서 인증샷이나 찍는 다른 관광객들과는 달리 자기 성찰이나 예술감상을 위한 '공부' 로서의 여행을 한다고 자랑하는가? 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게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레벨 1 정도의 깨달음이 될 것 같다.
아즈마는 관광이라는 것이 산업혁명으로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가능해져 나타난 중산층 노동자라는 계층이 출현해야 비로소 가능해진 것이라 본다. 즉 예전에는 소수의 귀족만이 즐기던 국경을 넘어 고전 미술을 향유하고 역사를 공부하는 그랜드 투어라는 것이 이제는 대부분의 대중이 즐기게 되면서 비로소 '관광'이 시작된 것이다.
너도나도 즐기게 된 관광이니 상류층은 그들과의 차별을 위해 더 특별한 여행을 했음을 자랑하고 (미술관을 문 닫고 혼자 본다든가) 대중에 섞이기 싫어하는 힙스터들은 아무튼 나의 여행은 너희들의 관광과 다르다며 뭔가 보여주기에 힘쓴다.
더 깊은 차원으로 이 책에서 논하는 것은 자본이라는 것, 글로벌리제이션과 대량소비라는 대학의 철학자들이 듣기만 해도 얼굴을 찌푸리는 개념들이 이제는 노동자들과 분리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와 소비 그리고 노동자는 더 이상 구분된 별개의 개념이 아니기에 어떤 입장에서 상대 진영을 견제하고 투쟁한다는 개념은 이미 현실성을 상실한지 오래다.
그러기에 이 자본의 파도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야 하는 것이고, 또한 그 가능성조차도 자본의 어두운 면과 분리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관광'같은 소비적이고 가벼운 주제는 '철학'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믿는 대학중심의 철학자들에게 아즈마는 '관광객'의 철학적 가능성을 제시하며 학교 안의 철학자에게 혼란한 세상으로 어서 나오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