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aychang 강연아 Jan 27. 2021

까만 바나나? 난생처음 대하는 스페셜 바나나

아름다운 사람들, 라비와 라다

인도에는 참 보물이 많이 숨겨져 있습니다. 우리 눈에 보이고 아는 것 외에도 도처에 산재합니다.


지난주 토요일에 오랜만에 라비와 라다를 만나기로 약속해서 공원길에 만났습니다. 라비가 걸을 때마다 덜컹거리는 뭔가를 가방에 넣어서 왔더군요... 우리의 비밀 아지트로 올라갔습니다. 거기서는 나름 높이가 있어 그런지 세상이 우리 발밑에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심지어 남편은 어쩔 때 야호! 도 한답니다.ㅎㅎㅎ

우리의 비밀 아지트에서 라비가 찍어줌

세상에 인도 남부의 필터 커피를 가져왔더군요. 컵은 유리컵.ㅎㅎㅎ 어떻게 유리컵을 가져올 생각을 했는지요? 덕분에 세상을 발끝에 두고 맛있는 커피와 쿠키를 먹는 호사를 부렸습니다.


라비와 라다와의 인연이라.... 사람은 위기를 겪을 때 더 가까워진다는 말이 맞습니다.


라비는 울 한국은행에 해당하는 국책은행의 고위급 인사입니다. 아내인 라다는 국가 보험회사의 중견 책임자고요... 그들은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의 판디트 출신의 바른 소양을 지닌 사람들입니다. 라비가 현대 크레타 차를 살 적에 남편이 현대에 다니는 인도 지인을 소개해주어 디스카운트도 받게 해 주었지요. 두 아들 일로 고민을 많이 하기에 우리가 어드바이스도 해주려고 어느 주말에 그들 가족들을 불러서 간식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적도 있습니다. 듬직한 두 대학생 아들을 둔 아름다운 가정이었어요.


작년 8월 말 라비가 회사 직원으로부터 코로나에 걸렸는데 같이 차로 회사 다니는 라다도 코로나에 걸렸고 다행히 두 아들은 음성이지만 모두 격리 생활 거의 한 달..


당시에는 모든 사람들이 코로나를 두려워해서 코로나에 걸렸다고 하면 근처를 피해 다니곤 했지요. 물론 그들은 회사의 사택에 지내고 있어서 나름 도움받을 이웃이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다들 거리 유지하려고 할 때였고 그들이 5년마다 인도 전역을 전근다니느라 친한 사람들이 별 없었지요.


두어 번 음식을 만들어 갖다 주었습니다. 맛있는 빵집에 들러 빵도 사다 주고 과일 및 죽 종류, 베지테리안이라서  호박죽, 녹두죽을 진하게 끓여다 주면서 물 타서 묽게 해서 자주 먹으라고 했지요. 베지 만두도 만들어서 갖다 주고 덕분에 우리도 먹고... 거의 매일 남편과 저는 격려의 말이나 정보를 나눠주고 용태를 알아보았었지요. 너무 고마웠나 봅니다!


나중에 그 집에 차 마시러 갔더니 시큐리티 가드들이 우리를 알아보더군요. 마스크 끼고 다녔는데요...ㅎㅎㅎ


다음날, 일요일 신선하고 저렴한 동네 마켓을 알려주겠다고 해서 우리가 픽업해서 같이 가자고 했더니 아침 초대를 받았습니다. 특별히 바나나 잎사귀를 사다가 거기에 도사, 이들리,  삼바, 코코넛 차트니, 수지 카 할와를 놓아둔 간단 식사였습니다.  친구인 라다가 직접 준비한 것들로 덕분에 도사와 수지 카 할와를 만드는 법을 옆에서  배웠습니다.
평소 이들리를 좋아하지 않는데 금방 쪄내서 그런지 살짝 새콤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에 이들리와 삼바를 많이도 먹었네요...(그런데 대화나누고 먹느라 바빠서 사진을 못 찍었습니다)


이번에 라비가 회사로부터 새 핸드폰을 받았다고 얘기하니 남편이 더 열심히 일하라고 주는 채찍이라고 해서 한참 웃었습니다. 아들 주고 자기는 옛날 핸드폰이 좋다면서 작은 구식 핸드폰을 흔들어 댑니다. 두 아들도 모처럼 일찍 일어나서 우리와 대화를 나누었다고 고마워하네요... 나도 아들들이 저만한 나이일 적에 아침마다 큰소리로 불러 깨우던 생각이 납니다. 좀 있으면 훨훨 떠날 자식들 이건만... 먼저 길을 밟았던 인생선배로서 조언을 해주고 라다의 마음을 위로하였습니다.ㅎㅎㅎ 두 아들들은 6개 언어를 할 수 있으니  자산임에 틀림없지요.

식사 후 RK Puram의 신선한 야채시장으로 나섰습니다. 11시에는 파장이라니 겨울철 야채가 싱그럽습니다. 이후로 아라 밸리 공원 끝까지 같이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 꽃 피우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만나면 삶에 도움이 되는 여러 식물이나 아유르베다 얘기를 많이 해주고 하더니만 헤어지는 길에 바나나와 건포도를 쥐어줍니다.

건포도는 씨가 있는 큰 것으로 특별한 것이랍니다. 하룻밤 물에 담가 두어 크기가 두, 세배로 커지면 아침에 빈속에 그 물과 함께 먹으면 몸에 좋다고 하네요. ㅎㅎㅎ


다음은 바나나! 시커멓게 상해 보이는 큰 바나나를 4개를 주면서 이틀 정도 지나서 몰랑해지면 아침에 한 개씩 먹으면 다른 식사를 할 필요도 없이 몸에 좋은 것이라고 합니다. 바나나 치고는 무척 크네요. 특별히 어떤 지역에서만 난다고 하며 예전에 케냐에서 본 적이 있다고 했어요. 아주 스페셜 바나나랍니다. 첨 봤어요. 까맣게 되길 기다리면서...


(좌측은 보통의 큰사이즈 바나나, 오른쪽은 친구가 준 것)

오늘은 사흘째 되는 날, 가장 까매 보이는 것의 껍질을 까 보았어요. 아직 몰랑하지는 않았지만... 먹어보니 바나나 맛은 아닌 과일 맛이 납니다. 좀 덜 익은 구아바 먹는 듯한 식감이 느껴졌어요.


지인의 고운 마음씨가 가슴 깊이 한가득 퍼지는 아침입니다. 여러분들도 즐거운 하루 시작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전 02화 산스크리티 켄드라와 고마운 인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