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수백, 돼지국밥집
홍대앞을 한국에 와서 두번째로 가게 되었다. 당근으로 산 신발이 굽이 높아서 도저히 신을 수가 없기에 재당근하려고 보니 아뿔사! 중간에 금이 나있었다. 좋은 브랜드의 신발이라서 봄에 잠시 신으면 될 것 같았는데..ㅠㅠ 하루 내내 어찌해야 될까 고민했었다. 저렴하게 구입했기에 이를 얘기하기가 난망했기에... 그래도 얘기해야 될 듯 해서 이틀 뒤에 얘기했더니 흔쾌히 어머니 신발이었는데 몰라서 미안하다고 입금을 해주었다.
그것을 인연으로 해외 이민을 고려하고 있다는 분과 만나기로 하였다. 신발 값을 되돌려 받은 쎔으로 커피샵을 한다니 커피와 케익을 팔아주려고 생각했기에... 그리고 맘씨 좋은 분과 대화를 나누고자 했었다.
언제나 약속시간보다 좀 일찍 도착하는 나이기에 오픈 시간인 11시보다 좀 일찍 도착하여 구경도 하고... 넓고 밝은 공간에 아름답게 만들어진 카페였고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듯 했다.
처음 만났지만 30대 중반의 그녀는 26년전의 나자신을 보는 듯했고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당시 우리 부부의 삶과 고민들이 오버랩되었다.
젊은 부부는 미국서 각각 대학과 고등학교 유학 경험이 있고 결혼으로 꿈을 잠시 접었는데 최근 십여년간 운영하는 커피샵이 건물주와 계약 연장건으로 갈등을 빚고 있었다. 최근 들어 월세를 터무니없이 높게 불렀는데 건물주가 내심 세입자를 바꾸고자 했던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하는데... 홍대쪽 목 좋은 곳에서 장사가 잘 되는 듯 하니 건물주가 욕심이 부리는 듯 했다. 이들 부부는 근처 신축 건물이 들어서는 등 입지가 좋아지고 있지만 불경기에, 원재료 값은 증가하고 수입도 갈수록 하방추세다보니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겠다... 이 참에 꿈꾸던 해외 이주를 구체적으로 고심하던 있던 중, 나와 연락이 된 것이었다.
일단 이 젋은 부부 가족이 미래를 위해서 꿈을 실현하고자 도전한다는 것은 일생 일대 저질러 볼 용기와 패기가 있다는 점에서 그 젊음이 매우 부러웠다. 그녀는 오픈마인드로 자신의 경험.생각 그리고 계획을 짧은 시간동안 소상히는 아니지만 얼추 솔직하게 공유해줘서 우리 부부와 주변 지인들의 경험과 조언.의견을 있는 그대로 나눌 수 있었다. 또한 그녀를 통하여 소상공인들의 실고충을 그대로 들을 수 있어서 한국을 살아가는 현실의 녹녹치 않음도 실감했다.
우선 남편을 먼저 보내어 현실적으로 그 사회에 적응을 할수 있는지 여부를 알아보라고 했고 한국 집이나 재산은 나중에 어찌 될 지 모르니 절대 처분하지 말도록 조언을 하였다.
점심시간이 되어서 근처의 맛집을 소개해 달라고 하였더니 돼지 국밥집을 알려주었다. 부산에서 처음 먹어본 음식인데 부담이 없었던 터라... 찾아가기로 했다.
'돈수백'이라고 홍대앞 전철역 뒤 먹자 골목에 위치하며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로 1,2층 공간이 붐비고 있었다. 외국에서 온 사람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특이하였다. 우리 부부 옆에 중국에서 일본에서 온 사람들이 자리했고 한좌석 앞에는 서양 사람들이 맛있게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오리지날과 고기와 내장이 반반 섞인 섞어탕반을 시켰는데 김치와 국수, 부추가 서빙되고 팔팔 끓는 국그릇이 밥과 같이 등장하였다. 참 깔끔한 맛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이젠 나이가 들어서인지 뜨끈한 국물이 좋았다. 뽀얀 국물과 고기가 잡내도 안나는 것이 맛있었다. 재방문 하거나 지인을 초대해서 같이 즐기고 싶은 곳이었다. 어머니 생각이 나서 포장을 하려니 포장은 워낙 바쁘다보니 안한다고 한다.
부디 이 젊은 부부가족이 구상하고 있는 해외살이 계획이 꿈꾸는 바대로 이루어져서 해피엔딩으로 귀결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