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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gle Oct 10. 2022

02. 한 달 용돈 50만 원으로 살기


 우리 부부의 새로운 소비생활은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시작됐다. 그 달의 월급부터 우리는 함께 모아서 정해진 만큼 써야 했다. 각자의 용돈은 50만 원으로 정했는데, 매우 적어 보이는 돈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각자 이외에도 드는 돈은 이렇게도 많았기 때문이다.


 - 통신비 7~8만 원

 - 교통비 8만 원, 남편은 주유로 20만 원

 - 보험 각 11~17만 원

 - 연금저축보험/펀드 각 30~35만 원

 - 모임 회비, 부모님 환갑, 마통이자 각 20만 원

 + 인당 50만 원씩 개인 용돈


 이렇게 각자 쓰는 돈만 해도 약 300만 원이 들었고, 둘이 함께 쓰는 생활비, 관리비/가스/인터넷 비용, 대출금 이자, 명절/부모님 생일 용돈과 자동차보험을 위한 매월 따로 모아두는 돈까지, 그리고 높아지는 이율에 원리금 상환을 우리는 최대한 빠르게 하고 싶었기 때문에 인당 50만 원씩이라는 개인 용돈을 더 높일 수는 없었다. 


 우리 둘 다 그동안 2030 싱글로 살던 소비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식이 있었고, 같이 계획을 세우고 함께 지켜나가기로 했다. 남편에게 사고 싶은 이것저것 사게 돈을 더 쓰고 싶다고 할 수야 있겠지만, 당장 옷이나 화장품 등 필수품이 아닌 것을 사기에는 5%가 넘어버린 이자가 더 무서웠다. 각자가 정해놓은 50만 원 안에서 한번 살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머리로는 참 알겠는데, 기분이 안 좋고 우울했다. 친구들이 번개를 하자고 하면 재미보다도 체크카드 잔고를 보며 어쩌지 하는 마음이 더 컸고, 신용카드로 편하게 썼던 택시비, 음식 배달비 등 소위 시 x비용을 쓰기에는 빠듯했다. 쇼핑은 당연히 못했다. 매일 먹는 5천 원짜리 커피도 출근하는 20일을 먹으면 10만 원이 된다는 사실을 10만 원은 내 용돈의 20%라는 생각을 하면 이것조차도 생각하고 먹어야 한다니 하는 생각에 우울했다. 그조차도 나 혼자 먹는 것도 아니고 출근해서 점심 먹고 다 같이 카페에 가서 먹는 건데, 눈뜨고 일어나서 회사만 출퇴근해도 커피값만 10만 원이라니...

 

 게다가 지인들에게 기프티콘 보내야 하는 순간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 매주 주변분들의 생일이 있었고 카카오톡이 참 친절하니 만큼 지인들의 생일을 알람 해줬다. 친구들의 생일을 잊지 않게 알람해주는 카카오가 참 고맙고 미웠다. 

선물의 물가도 참 많이 올라가져 있어서 더 이상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한잔으로는 우리의 사이를 보여주기엔 조금 작은 느낌 그리고 내가 너무 쩨쩨해 보인다는 고민으로 최소 커피 2잔에 케이크 하나 정도는 줘야 했다. 



 대학교 신입생에서 2학년이 되었을 때 느낀 감정이 있었다. 1학년 신입생으로 들어갔을 때 선배들이 많이들 술과 저녁을 사줘서 당연하게 얻어먹었던 것 같은데, 2학년이 되어서 신입생들이 들어와 사줄 입장이 되어보니 그 선배들은 취직을 한 것도 아닌데 무슨 돈으로 사줬던가 했던 생각. 결혼을 해서 용돈으로 살아보니 먼저 결혼한 선배들은 어떻게 나에게 비싼 기프티콘도 주시고 가끔 저녁과 커피도 사주셨던가.. 하는 감정을 다시금 느꼈다. 


 하루는 치킨과 야식을 좋아하는 남편이 금요일 저녁에 무표정으로 tv를 보고 있는데 , '오빠 우울해? 치킨 시켜줄까?' 라며 남편을 치킨 못 먹어서 우울한 사람으로 만들었던 적도 있다. 남편은 아니라고 했는데도 몇 번이고 물어보았다. 아마도 남편에게 나의 소비에 대한 스트레스를 투영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한 달 용돈 50만 원을 첫 달이 흘러갔다.

 

+ 올해 내 생일에는 오후부터 하루 내내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가 멈췄었다.. 아 이번엔 내 기프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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