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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gle Oct 30. 2022

09. 인스타가 내 말을 도청하나 봐

 친구들과 같이 카페에서 수다를 떤다. 그날의 주제 중에 겨울 코트가 사고 싶다. 어떤 코트가 좋은지 그동안 눈여겨봤던 코트를 서로 추천하면서 얘기를 하다가 헤어지는 길 인스타그램에 들어갔는데 어머! 스토리 사이사이에 겨울 코트, 온라인 쇼핑몰 등의 광고가 뜬다. 게다가 친구가 요새 배운다고 했던 필라테스 주제로 한참 떠들었는데, 필라테스 샵 광고가 피드와 스토리 사이 광고로 뜬다. 너무 무섭다. 인스타가 내 말을 도청하는 것만 같다.  

 한 번은 회사에서 SNS 마케팅과 관련된 교육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인스타그램의 광고 알고리즘이 가히 대단했다. 이용자가 보는 화장품 계정이 있으면, 그 계정과 관련된 주제/카테고리/브랜드 등으로 추가로 이용자에게 보이는 화면들이 뜨기 때문에 우리 회사에서 운영하는 화장품들도 다른 화장품들과 인스타 친구를 맺는 걸 추천했다. 화장품을 보고 있는 고객들을 우리 피드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게다가 내가 가장 연락을 많이 하는 친구들이 보는 피드나 광고, 관심 있는 게시물들 위주로 나에게도 노출이 된다는 등의 광고 알고리즘은 상상 이상으로 더 촘촘하고 치밀하게 설계되어있다는 사실이 정말 새롭고도 충격적이었다. 이렇게 마케팅은 지면, TV 광고들에서 넘어서 온라인 마케팅으로 우리의 스마트폰 생활에 깊게 침투해 있다.

 용돈을 제한하고 정말 필요한 최소한의 생필품 위주로 구매하고 있는 나에게는 쇼핑은 거의  & 못한다. 그럼에도 이런 나의 생활패턴과 관심사의 데이터 로그를 알고 있는 온라인 광고들은 나를 떠나지 않는다. 인터넷 기사를 읽다가  룰루레몬 운동복을 클릭 한번 했을 뿐인데, 회사 컴퓨터부터  핸드폰 사파 리창 까지 나를 죽자고 달려든다. 어라 인스타그램 광고도 뜬다. 나는 분명히  스위프 틀리 반팔티가 있는데 분명히! 다른 색을 사야  것만 같다. 온라인 공간은 한번 클릭하면 계속 따라오는 올가미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COS는 아주 황금시간인 토요일 오전 9시경에 세일을 시작한다. 카톡으로 ‘세일이 시작되었습니다!’라고 알림이 오기 때문에 주말에 눈을 뜨고 침대에서 품절되기 전에 사려고 장바구니에 마구마구 담는다. 온라인 오픈런이 아닐 수가 없다. 그런데 금방 솔드 아웃된다. 나 같은 사람들이 매우 많다는 뜻이다. 카카오 플러스친구 한번 맺었을 뿐인데, 온갖 세일과 신상품들을 알려주며 클릭할 수밖에 없는 hooking 멘트들로 다른 유혹한다.

 문자로 오는 세일 쿠폰 들도다. 마켓 컬리에서는 오후 즈음에 문자가 온다. 5만 원 이상 담으면 1만 원 할인 쿠폰. ‘어머 이건 사야 해 이건 이득이야 20%나 세일해주는 거잖아’라는 생각과 그래 여기서 주말에 올 친구들 집들이 음식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래서 담고 담으면 결국 꼭 필요한 것보다 진귀하고 새로운 식재료나 식품들로 결국 다시 마트에 가서 필요한 걸 사야 한다.  

 이런 세일 광고 들과 추천 광고들은 어떻게 보면 소비자를 위한 이벤트 같지만, 결국 해당 시즌 재고를 처분해야 하는 회사들의 감가상각 이벤트이며, 고객들을 향한 hooking 마케팅 들이다. 이 유혹에서 참아내고 견뎌내야 한다. 물론 지금 핫하다는 어그 플랫폼 슈즈가 눈에 어른거린다. 인스타에서 패셔너블한 친구의 인스타에서 ‘저건 뭐지?’라는 시작에서 자주 보면서 익숙해지는 단순 노출 효과와 할리우드 스타들이 많이 신었다는 패션 인스타 계정, 그리고 계속 품절되고 있다는 뉴스들이 나를 압박하고 있다. 참아내야 한다. 소비 요정이었던 나는 그래도 조금씩 내 소비에 있어서 감성에서 이성으로 향하는 결정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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