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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gle Oct 23. 2022

07. 냉장고 안에 CCTV 시각 갖고 냉장고 파먹기

부부 공동 생활비 중 아무래도 비중이 높은 것은 식사 비용이다. 둘이 같이 외식이라도 하면 삼겹살을 먹어도 쏘맥 한잔씩은 곁들이면 금방 5만 원이 된다. (소주 1명에 맥주 1명의 비율이 아니기에) 배달은 최소 주문금액이 15,000원, 18,000원으로 세팅되어있는데도 있고 여기에 배달료 3,000~5,000원까지 하면 금방 담은 것도 없는데 2~3만 원이 순삭이다. 여기에 또 편의점에서 맥주나 과자까지 사 오면 배달을 한다고 해도 금방 3~4만 원이 되어버리는 게 현실이다.


 동네 맛집이나 퇴근길 각자의 회사 근처에서 서로 공유하고 싶었던 맛집, 주말에 카페에 가서 분위기 즐기면서 커피야 마시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둘은 약속이 없으면 집에 와서 저녁에 같이 밥을 해 먹는다. 쌀은 큰 포대로 사거나 부모님이 집에 있는 걸 주시니 넉넉하고 같이 먹을 반찬이나 국만 해 먹으면 되기 때문이다.


 처음 같이 집에서 밥을 해 먹으면서 이마트나 홈플러스 대형마트에 가서 장을 봤었다. 사람이 가득가득해서 갈 때마다 너무 정신이 없어 혼이 나가는데 왜 항상 다시 가게 되는지 모르겠다. 역시 대기업은 대기업이다. 입구 등장부터 묶음 사골국물 레트로트로 사람을 홀려서 2+1을 2세트 총 6개를 담게 하고, 사람 이과 일은 먹고 살아야지하는 생각이 들게 또 과일코너가 나와서 뭐라도 남게 된다. 그리고 야채 야채는 당연히 많이 먹고 공산품 대비 싸고 양이 많기 때문에 담는다. 그리고 고기 코너, 국거리용으로 소고기를 파는데 엄청 많은데 2만 원이라 싼 것 같다. 판매하시는 아주머니가 소분해서 냉동실에 얼려두고 계속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과자도 담고 콜라도 담고, 마지막 우리를 홀리는 건 온갖 냉동식품이다. 만두 정말 맛있고, 치킨 너겟, 소시지 등등 정말 미친 것 같다. 너무 맛있다. 근데 세일이라고 또 묶음으로 판다. 만원이 넘는 구성이지만 냉동은 오래가기 때문에 이건 카드 할부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카트에 담은 건 10개 수준이지만 금액은 10만 원이 훌쩍 넘는다. 너무 억울하다. 내가 저 옆집처럼 많이 담은 것도 아닌데! 정말 필요한 것만 담았는데도 우리 한 달 생활비 50만 원에 5분의 1씩이나 하루에 탕진하게 된다니!


 그 이후로 동네에 있는 슈퍼마켓이나 이마트 에브리데이 같이 집 근방에 있는 곳에서 퇴근길에 딱 필요한 것들만 사기로 했다. 정말 하루에 필요한 것만 사니 몇 천 원, 아무리 마트의 세일 행사에 회유를 당해도 2~3만 원 수준으로만 나온다.

 특히 나는 반조리되거나 조리된 제품, 가공식품이 아닌 정말 원재료 (채소, 야채, 고기, 생선 등)을 사게 되었는데 이렇게 하면 훨씬 비용이 절감된다. 특히 내가 생각한 방법으로는 냉장고 안에 CCTV 시각을 갖는 것이다. 혼수가전을 고를 때 냉장고 안 에카 메라를 설치해둬서 어플로 안에 우유가 있는지 계란이 있는지 볼 수 있는 게 나와있는 냉장고도 있었다. 너무 비싸고 뭐 저런 게 필요할까 싶어서 안 샀었는데, 나는 그걸 내 눈과 머리로 대신한다.

 냉장고에 해 먹고 남은 호박이 있으면 호박으로 무슨 음식을 할지 생각한다. 내가 요리할 때 제일 많이 보는 유튜브 백종원의 요리 비책을 참고한다. 퇴근길 유튜브 검색어는 ‘백종원 + 식재료’로 ‘백종원 호박’이런 식이다. 그럼 백종원이 호박을 이용해서 나온 음식이 나온다! 이 중에 가장 간편하고 해 볼 만한 메뉴로 그 호박을 처치한다. 또는 호박이 있으니 집 가는 길에 두부를 사 가서 된장찌개를 해 먹는 방식들이다. 이렇게 야채는 완제품이나 고기보다 훨씬 저렴하니 월요일에 사서 요리 하나를 해 먹고 나머지남은 야채들은 화요일, 수요일에 식재료를 하나씩만 더 사가면서 다른 요리들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같은 식재료이지만 매일 음식이 바뀌고 식재료가 추가되어가니 질리지도 않고 야채도 상하기 전해 먹을 수 있다!


 이렇게 냉장고 안에 뭐가 있는지 생각하면서 냉장고를 파먹기 시작했고, 우리 부부가 개발한 완벽한 냉장고 파먹기 메뉴는 ‘마라샹궈’이다. 마라샹궈는 배달해서 먹으면 2만 원이 훌쩍 넘고 집마다의 매운맛이나 중국향에 대한 편차가 큰 음식이다. 하루는 남편이 마라샹궈 소스를 사보자고 했는데, 온라인몰에서 2개 묶음에 2~3천 원 수준밖에 안 한다. 거기에 마랴상궈에 쓰이는 채소들을 구매하고, 냉동실에 있는 냉동 슬라이스 삼겹살과 냉동 새우들 같이 준비해 다 넣고 볶았다. 와 진짜 사 먹는 맛이다.

 채소를  쓰지 않기 때문에 집에서 해 먹는 마랴상궈의 맛을 발견한 이후로  1~2회씩 마라샹궈를 소분한 가격으로는 단돈 1만 원에 정말 대용량으로 먹을  있었다. 앞으로 우리 집에 손님이 온다면 메뉴는 마라샹궈다!  

(마라샹궈와 짜파게티와 홈메이드 중국집 스페셜)



이렇게 냉장고 파먹기의 최고 메뉴 마라샹궈까지 발견하니, 집밥을 먹을 때의 식재료 비용은 훨씬 줄기 시작했다. 그럼 여기서 더 선순환 작용으로 외식을 할 수 있는 비용이 생기니, 죄책감은 줄이고 외식을 할 수 있는 여유가 늘었다. 집에서 먹는 데일리 음식은 웬만하면 해 먹고, 집에서 만들기 어려운 메뉴나 맛집은 외식으로 하면서 하는 밸런스로 50만 원 안에서 완벽하게 하진 못하지만, 비교적 선방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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