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묻지 마 번개 회의)
최 차장, 김 과장, 지금 잠깐 미팅 좀 합시다
이사님의 호출이다. 또 미팅이란 말인가? 하던 일을 멈추고 이사님 방으로 들어간다. '이번에도' 예정되어 있던 미팅이 아니었다. 예정된 미팅이 아니었기 때문에 회의 주제가 먼지도 알지 못한다. 회의 주제가 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무언가를 준비해갈 수도 없다. 더군다나 일하고 있던 사람을 갑자기 불러서 지금 당장 미팅하자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이사님 방에 들어가고 한 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나올 수 있었다.
회의 내용은 별 내용이 없다. 이사, 차장, 과장이 한 시간 넘게 미팅을 해야 하는 일이었나 싶다. 결론도 없다. 시간만 뺏기고 온 느낌이다. 나는 계획되어 있지 않은 번개 미팅을 싫어한다. 누군가가 갑자기 와서 미팅을 하자고 한다면 무시받는 느낌도 든다. 자신의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 나의 스케줄을 전혀 중요치 않게 여기는 것이라고 본다. 물론 예외는 있다. 갑자기 긴급한 일이 생겨서 미팅을 통해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어떠한 일을 논의하기로 사람들끼리 합의를 한 상황에서 서로의 스케줄을 맞추다가 지금 막 스케줄이 맞아떨어져서 하게 되는 경우도 예외다.
계획되지 않은-회의 주제도 모르고 지금 당장 참석하는- 미팅은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회의 주제라도 알고 참석하면 필요에 따라서 자료 준비도 해서 참석할 수 있는데 이런 미팅들은 그렇지 못한다. 미팅에서 개요 설명부터 들어야 하고 준비된 것이 없으니 회의 중간중간에 필요한 자료를 찾으러 밖으로 나온다거나 그것을 알만한 사람한테 전화를 하거나 그 사람을 회의에 참석시키기도 한다. 처음엔 3명이서 시작한 미팅이 4명, 5명, 6명으로 늘어나더니 끝날 때는 7명일 경우도 있다. 한 명씩 참석할 때마다 다시 또 개요 설명을 하고 미팅 시간은 자꾸 늘어난다.
회의를 하기 위해서는 회의 주체자는 하기 내용들을 진행하고
1. 회의 안건을 명확히 할 것. (도출하고자 하는 결론이 무엇인지)
2. 회의가 꼭 필요한 것인지 생각할 것.
3. 필요한 인원들을 정할 것. (최소 인원으로)
4. 시간을 정할 것. (시작 시간 및 끝나는 시간)
5. 사전 공지를 할 것.
참석들은 원활한 미팅을 위해서 사전에 관련 자료들을 준비하고 스케줄 조정을 해서 미팅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은 신입사원 때 배우는 내용들이다. 그리고 회사 생활을 하면서 몸으로 느끼게 되는 것들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번개 회의 소집은 잦아지는 것 같다. 물론 직급이 올라갈수록 의사 결정해야 할 것들도 많고 책임질 일도 많아진다. 그러한 과정에서 여러 사람의 의견을 취합해서 판단해야 하고 지금 바로바로 의사 결정을 해 나가야 하는 경우도 많아진다. 이것도 충분히 이해하는 부분이지만 그렇지 않은 회의도 충분히 많다고 느낀다.
우리가 하고 있는 수많은 회의들의 필요성과 그 회의들의 질에 대해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