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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빛 Nov 21. 2021

나도 사람입니다.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자 평범한 행복을 바라는.

카페에서 커피를 파는 사람의 얼굴을 본 적이 있나요?

테이크아웃 커피를 주문하고 커피를 받아 들 때, 그들의 얼굴과 눈을 본 적이 있나요?

그의 얼굴을 보고 눈을 맞추며 미소를 지어본 적 있나요?




카페를 오픈하고 3년 차.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을 볼 때면 저의 반응은 몇 가지로 나뉩니다. 처음 뵙는 손님이거나, 자주 뵙던 손님이거나, 처음엔 손님이었다가 이제는 반가운 친구가 되어 저절로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오르게 되는 그런 손님이요.


저는 사람을 좋아하고 친한 관계를 맺기를 바라면서도 부끄러움과 낯가림이 조금 있는 편이에요. 그래서 처음 만나는 손님이나 잠깐 테이크아웃을 하는 손님들과는 쉽게 친해지지 못할 때가 많아요. 정중하고 친절하게 커피를 내어드리면서도 마음과는 다르게 하고 싶은 말을 꺼내지 못하거나 그들의 눈을 잘 바라보지 못하기도 하지요.


많은 커피를 건네드리는 삶 속에서,

어떤 순간들은 저의 마음에 안 좋은 파장을 일으키기도 해요. 인사를 열심히 따뜻하게 건네는데도 상대방은 무심히 나가거나, 주문을 하고 커피를 받으면서도 얼굴을 보지 않는 사람, 또는 무례한 사람들을 만날 때 그렇습니다.




그러다 과거의 제가 생각이 났어요.

서울에서, 인파가 많았던 한 커피숍에서 음료를 주문하고 받아 들고 가면서 나도 수없이 많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주문하면서도 그들의 눈을 전혀 바라보지 않았다는 것을요.

나도 수없이 많이 그래 왔구나.. 하면서 사람들이 모든 순간에 따뜻한 인사를 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저 그날은 너무 바빠서, 다른 생각을 하다가 그럴 수도 있는 거잖아요.




지금의 저 또한 커피를 내어드리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지 못할 때도 있어요. 또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손님이 있을 때는 무척 화가 납니다. 그러다가도 집에 오면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이 사람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고,

평범한 행복을 바라는 사람이겠지...

도를 닦는 건 아니랍니다. 그저 안 좋은 순간들은 그렇게 이해하며 지나가요.




사실 카페에 있다 보면 좋은 순간들이 더 많아요.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저의 마음까지 환해지는 단골손님들이 많아졌거든요.


서로 안부를 묻고, 눈을 바라보고 미소를 지으며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서로의 마음이 행복으로 가득 차는 그런 소소한 순간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과거에 사무적으로 지나쳤던 그 손님들도

언젠가 어떤 순간에 사람으로 다시 만나 서로를 알게 되면 더 편안하게 웃으며 이야기할 날이 올 수도 있겠지요?

사람 일은 정말 모르는 거니까요.


우리 모두 카페나 식당, 마트에서 일하는 모든 분들이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해요. 저역시도 그럴 거고요.

사람을 대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사람에게 많이 상처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의 공간과 제게 오는 많은 사람들도

행복한 일로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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