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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도 Jul 19. 2024

뇌출혈, 생과사를 헤매는 동안의 가슴 아픈 기록(7)

그녀가 나에게 보내준 연서(3.27, 3.29)

3.27(월) 그녀의 카톡 기록


여보!!


오늘도 당신은 내가 있을 때는 잠만 자고 아니 잠만 자는 척하는 건지 아이들이 들어가니 일어나고 화장실 간다고 티슈 찾고 내가 있을 때 좀 그러면 안 될까?


당신 건강해진 모습 너무 보고 싶은데 점점 두렵고 무서워 이렇게 그냥 멈춰 버릴 까 봐!


여보! 아직 아이들 결혼도 안 시켰고 직 60살도 안 되었고 우리 즐겁게 살 날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


제발 마누라 두렵게 하지 말고 빨리 좋아져서 한국 가요!


마누라 사랑한다면 아무것도 해주지 않아도 되니 깨어나기 만해요!


오늘도 애두아르도 7세 공원에 다녀왔어 참 넓고 좋더라!


당신 퇴원하면 한 일주일만 여기 살다가 돌아가고 싶어!


바람도 하늘도 자연도 사람도 모든 것이 행복하기만 해!


마누라도 당신만 있으면 행복한 그들 속에 끼어서 같이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


당신 없이 혼자 있는 시간들이 눈물로 가득 차고 넘쳐..




3.29(수) 그녀의 카톡 기록


여보 첫째가 방금 떠났어!!


오늘은 당신이 중환자실을 떠나 일반 병실로 옮겨서 기분이 너무 좋았어!


기분이 좋아 공원을 두 바퀴 다 돌았는데 여기 와서 처음으로 땀을 흘렸네 ^^


엄지손가락과 검지부터 새끼손가락까지 붙이는 연습도 당신 잘했어!!


오늘 혈관 조영술을 마쳤는데 혈관기형이 아님이 재차 확인되었고 내일 머리에 하나 남은 호스를 제거하고 간단한 재활 운동도 들어간다네!


그리고 머리 호스를 제거하고도 반응이 좋으면 션트삽입 수술도 하지 않고 한국 이송도 가능하대!


그런데 반드시 병원으로 바로 간다는 조건하에 한국으로 갈 수 있다 하는데 이번 주말 정도에는 어느 정도 당신 결과에 따라 방향이 잡힐 것 같아!


그런데 엠블런스를 타고 공항까지 간 후, 또 꽤 긴 시간을 비행기를 타고 가야 되는데 그러려면 당신이 약물이나 치료에 의존하지 않고 하루 정도는 버틸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해!


간절히 간절히 그렇게 되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해!!


당신은 소식이 없어 모르겠지만 지난 2주 동안 우리는 너무나 애가 타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어!


한국생활을 모두 접고, 사고 소식받고 하루 만에 다 덮어두고 당신한테 온 거야!


마누라는 4월 15일 전에 귀국하는 게 희망이야!


그렇게 되면 내가 딱 한 달 사무실을 비우는 거라 손님들한테도 휴가 정도로 인식이 될 것 같아!


그러니까 모든 것은 당신 회복하는 정도에 따라 달라!


그리고 또 하나 고민은 귀국해서 질병 휴직을 할지 명퇴할지 정해야 해!


우선 질병 휴직을 하고 재활하면서 상태를 보아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는 것도 방법 같아!


이제 당신이 태어나면 새 삶을 살게 되는 거야!


정말 모두에게 감사하며 모두의 기도의 힘으로 일어났으니 갚으며 살아야 해!


도와주신 분께서 "힘든 일을 겪고 지금의 삶은 덤으로 사는 삶"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


사람마다 그렇게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는 계기가 있는 거 같아!


어쨌건 오늘 마누라 가슴 빵빵하다고 농담도 하고 당신 모습을 찾는 거 같아 너무 기분 좋아!


그리고 첫째가 당신 좋은 모습 보고 갈 수 있어서 너무 고맙고 애들 모두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았는데


당신! 마누라와 애들한테 잘해야 돼!!


여보 당신 어서 일어나!!


너무 기다리게 하면 마누라 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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