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말이야. 언제까지 엄마 엄마 따라다닐 거야?"
아이에게 자주 묻는다. 어떤 날엔 성가셔서 묻고, 어떤 날엔 이런 순간이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까 두려워 묻는다.
아이의 대답도 때마다 다르다.
"5학년이나 6학년쯤"
"100살 될 때까지!"
주말에는 카페에서 세 식구가 마주 앉아 책을 읽었다. 제 몫의 음료수와 디저트를 홀랑 먹고는 몸을 베베 꼬며 집에 언제 가냐고 푸념하기에 인내심을 발휘해 내가 책을 낭독해 주기로 했다.
제목은 긴긴밤(루리 저, 문학동네). 세상에 딱 하나 남은 흰 바위코뿔소와 어떤 사연으로 인해 그 곁에서 알에서 깨어난 펭귄의 이야기였다.
코끼리 고아원에 살던 코뿔소 노든은 안전한 환경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나아가 가정을 꾸린다. 아내도 만나고 딸도 낳는다. 그러나 밀렵꾼들에게 딸과 아내는 희생당하고... 노든은 동물원에 갇히고 만다. 그곳에서 앙부라라는 친구와 마음을 나누지만 뿔사냥꾼들에 의해 친구마저 죽음을 맞이한다. 얼마 뒤 전쟁으로 인해 동물원은 아수라장이 되고, 그곳에서 노든은 알을 품고 있는 치쿠라는 펭귄과 함께 바다를 찾아 나선다...
아이와 함께 읽는데 이야기가 진전될수록 자꾸 눈가가 시큰해졌다.
노든의 앞에는 계속 역경이 일어나고, 그 와중에도 마음 둘 존재를 찾지만 그들은 번번이 죽음으로 떠나가버렸다. 가장 안도하는 순간에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노든의 아내와 딸, 친구 앙부라와 치부의 죽음이 예견되는 문장 앞에서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사랑하던 누군가가 떠나간다는 것, 홀로 남는다는 것의 박탈감과 분노와 두려움을 너무 알 것 같아서.
딸과 함께 있는 시간은 너무 말랑하고 안전해서 때로는 지루하기까지 하다. 마치 영원할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영원한 건 없다는 걸 잘 알기에 문득 두렵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불시에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도 함께 안고 사는 일이다. 노든에게 갑자기 들이닥친 밀렵꾼이나 뿔사냥꾼, 동물원의 폭격은 그저 동화의 일부분인 뿐인데도 읽는 내내 서늘한 소름이 돋았다. 뭉툭해진 코뿔로 동물원의 철조망을 헤치며 나아가는 노든의 분노와 슬픔이 살갗으로 와닿았다.
"엄마 울어?"
"눈물이 나네. 노든이 불쌍해서."
"좀 있으면 웃긴 장면 나와 펭귄이 전갈 보고 새우래."
딸은 전갈을 새우라고 하는 펭귄이 우스워 웃고, 나는 남은 노든이 가여워 운다.
내일 아침이면 얼른 준비하고 학교에 가라고 다그치겠지만, 꼬맹이가 현관문을 나서면 그제야 한숨 돌리겠지만 그것도 다 그 아이가 돌아올 것을 알고, 믿기 때문이리라.
'긴긴밤'같은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는 그냥 모르고 싶다.
마음이 너무 아리기 때문이다.
우리 인생은 그냥 명랑시트콤이면 좋겠다. 아름답지 않아도 좋으니.
2025. 6.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