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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한화'의 팬이 되었구나

by 김윤담

한화 이글스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나는 야구를 딱히 좋아하지는 않지만 야구팀 중 하나를 골라 응원해야 한다면 그 팀은 언제나 '한화'였다.

대전에서 자고 자랐고, 도망쳤지만...

마지막으로 야구장에 간 것은 10년쯤 전이다. 대개의 커플이 그러하듯 데이트 장소로 찾아 치킨과 맥주를 먹는 재미로 찾았다. 잘은 몰라도 한화 팬을 보살이라고 부르는 것만은 알았다. 매번 지는데도 기어이 주황색 옷을 입고 경기장을 찾아 응원하는 사람들을 보살로 비유한다고,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한화라서 행복합니다' 해탈한 듯 부르는 노래를 나도 따라 불렀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이던 1999년의 대전은 축제분위기로 들썩였다. 곳곳에 붙은 한화 이글스의 우승 축하 플래카드와 갤러리아 백화점 세일 소식에 도시는 한껏 들떠 있었다. 그 강렬한 기억은 대전을 떠나온 지금도 여전히 주황색 유니폼을 보면 흥분되고 응원하고픈 마음을 우러나게 만들었다.


지난 정규시즌 말미부터 한화의 기운이 심상치 않다는 남편의 말에 함께 생애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야구를 챙겨보기 시작했다. 지금은 경남에 살고 있고, 딸은 이곳에서 태어났지만 우리를 따라 한화의 팬이 되었다. 한 야구팀의 팬이 된다는 건 그런 걸까. 한 시절의 시작점을 기억하는 것 혹은 지켜내는 것. 도망쳐왔으면서도 결국 다른 팀을 응원할 수는 없는 마음. 투수가 볼 하나를 던질 때마다 마음 졸이며, 타자가 안타와 홈런을 칠 때마다 환호하며 나는 두 가지의 감정을 느꼈다.


야구의 룰을 완전히 이해하게 되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렸다. 요즘 들어서야 대체 야구가 어떻게 흘러가는 건지 1,2,3루와 홈런 정도만 알고 남들이 소리칠 때 따라 내지르던 수준을 벗어났다. 역시 알고 보니 긴 경기 시간도 순식간에 흘러가버린다. 한화가 가을야구에 진출하면서 엄마 아빠가 경기날마다 TV앞에 앉아있으니 딸도 덩달아 열심히 응원 중이다. 매번 비슷한 질문을 하는 게 귀찮긴 하지만 셋이 쪼르르 붙어 앉아 같은 팀을 하나의 마음으로 응원하는 것이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경기력이 좋은 날에는 두말할 필요 없이 신나고 모든 선수들이 위대해 보이지만 실책이 연속으로 일어날 때는 아쉽기도 하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크다. 팀의 운명이 달려있는 절체절명의 순간 수많은 사람들의 함성 속에서 마운드 한가운데 홀로 서 있는 투수의 부담감이 실책으로 이어질 때 나는 감히 그를 비난할 수가 없다. 그가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 있다 할지라도 말이다. 이젠 부모의 입장에 서있어서일까. 아직 나이도 어린 투수가 큰 부담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함께 마음 졸이고 안타까웠다. 그리고 그에게 쏟아질 비난의 화살도 말이다. 살면서 누구에게나 그렇듯 모든 걸 다 망친 듯 자책할만한 상황이 있겠지마는 그 모습이 전국으로 생중계되는 일은 얼마나 큰 부담일지..


다행히도 아직 아이에게는 투수의 부담이 보이지 않는 듯하다. 그저 야구를 보며 먹는 간식에 더 관심이 많은 말괄량이 8살. 감정형 인간인 내게는 야구를 보는 데에도 마음 쓸 일이 많다.

오늘은 한국시리즈 2차전, 또 어떤 경기로 내 심금을 울릴지.. 딸내미와 함께 봐야지. 오늘 간식은 하겐다즈 딸기맛 아이스크림!


202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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