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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힘껏 도망치기

다 이해하려다 지쳐버린 사람에게

by 김윤담

왜이렇게 심장이 미움으로 가득 차있을까

아무래도 나는 영혼이 못된 인간일거야

누구와도 동화되지 못하는 타협하지 못하는

못난이로구나


분명 껄끄럽고 불편한 것 투성이인데

내가 문제라는 말을 믿을수밖에 없었다

큰 목소리에는 늘 주눅들고 마니까


그가 옳은 것 같으니까

나만 이해하면 될텐데

나만 눈 감으면

내가 사랑해버리면

내가 감싸버리면 아무일도 아닌 것이 될 텐데


왜 모든 걸음에 돌이 채일까.

걸음마다 투둑투둑 눈물을 떨구면서

나를 미워했다


어설프게 착하면 스스로를 망친다

속 편하려면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호구가 나아

끝내 못된 년만은 되지 않으려고

아랫입술을 얼마나 깨물었나


마음 누일 자리가 좁으면 그렇게 된다

그만큼이 세상인 줄로만 안다

발 묶인채 자란 코끼리처럼


그때 귓전에 들려온 목소리

네가 뭔데 다 안으려고 해?

뭘 다 사랑해버리려고 해?

정신 똑바로 차려

지금부터 하나 둘 셋 하면

뒤돌아보지 말고 뛰는 거야

빛이 있는 곳으로


그 말 소리가 들려왔을때

냅다 뛸 수 있었던건

천운이었다


도착한 곳에서 알았지

그건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소리였다는 걸

도망치느라 지친 몰골을

뽀송하게 씻고 나와서

만나는 이들에게 질문했다

비난하면 물어버려야지 하는 마음으로


저는 도망쳐왔습니다.

내가 이상해보입니까?

아니요

당신은 용감해요

어떻게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죠?


온통 나를 할퀴던 좁은 틈에서 벗어나니

세상은 너무나 넓고 관대하거나

민망하리만치 관심이 없었다


고로 나는 안전했다

드디어 숨통이 트였다

그렇게 지금껏 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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