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SNS에서 어떤 글을 읽었다.
'요즘은 불행이 트렌드가 된 세상이다'라고 시작되는 글이었다. 그는 그 예로 우울증이나 ADHD의 경험을 고백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그것이 '전시'이고 '트렌드'라니 거북하지만 시니컬한 평가로 읽힐 수도 있겠다.
실제로 자신의 불행을 가감없이 SNS나 책을 통해 털어놓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으니까.
그러나 그 다음으로 이어진 문장에서 글쓴이의 무례와 무지에 통탄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저런걸로 힘들어하는 지인들은 어떻게든 사실을 숨기고 살고자 몸부림친다'라고. 고통받고 있는 지인이 감내하는 몸부림을 쉬쉬하는 것이 당연하고 정상적인 것으로 여기는 시선이 얼마나 편협한지 스스로는 절대 모르니 할 수 있는 말일테다. 자신 곁의 지인을 바라보는 시선조차 이토록 좁고 뾰족한데 SNS상에서 보이는 글들은 얼마나 우스웠을까.
이어진 다음 문장은 더욱 주옥같다. '관심이란걸 받아본 적 없는 사람들은 무언가의 피해자로 남고 싶은 욕망을 유독 부각시키는 공간으로 SNS를 활용하고 이 전략은 꽤나 잘 먹힌다' 특히 브런치같은 플랫폼이 큰 판을 깔아줬다고도 덧붙였다. 과연 자신의 삶에서 영영 피해자로 남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고상해보일법한 단어를 버무려 적었지만 그럴수록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을 넘어선 무례함과 옹졸함만 도드라질 뿐이었다.
불행을 고백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치부를 드러냄으로써 같은 아픔을 가진 이들에게 닿기 위해 글을 쓴다. 그들과 연대하고, 위로를 하고 또 얻고 싶어서. 그런면에서 오히려 그들은 자비롭다. 그들이 글쓴이와 같은 지인에게 자신의 진짜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고 SNS상의 글쓰기로 도피하는 것은 그러한 시선이 두렵기 때문이다. 자신과 같은 결을 품고 있는 사람을 찾고싶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도 비난 받지 않고 피해주지 않고 위로를 얻고싶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살아내고 싶으니까. 그러한 고백을 절규를 글쓴이는 다 안다는 듯 폄하했다.
구질한 인생을 길게 서술해놓은 글이나 책이 누군가에겐 껄끄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들의 고백을 '피해자로 남고싶은 욕망'이라고 폄하할 권리는 누구도 없다. 불행이 기록되지 않는다면 삶은 결코 나아지지 않는다. 편협한 자들은 '가만히 있으라, 조용히 하라'라고 하니까. 조용하면 편할테지. 편한 것은 언제나 불행의 반대편에서 관조하고 자신이 더 높은 곳에 서 있다고 믿으며 혀를 차는 사람들이다.
불행이 없는 인간의 삶이란 것이 존재하기나 할까? 그림자 없는 인간이 있느냐고 묻고싶다. 더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불행을 전시할 권리가 있다. 더 크게 떠들 의무가 있다. 그들이 심장에서 뱉어낸 고백을 '가면'으로 치부하고 조롱할 권리는 당신에게 없다. 그런 당신에게는 그저 지나칠 권리만 있을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