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및 경력사원에게 있어서 기업이 제공해 줄 수 있는 최고의 복지는 과연 무엇일까? 연봉, 복지 아니면 기업 내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 및 서비스들이 제일 중요할까? 그것도 아니라면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 엮여 생활할 수 있는 지적 유사함일까? 아니다. 기업이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은 물질적인 것을 떠난 그 이상의 것이 있다. 이는 직원들이 마냥 돈만 벌기 위해 기업을 선택하고 입사를 바라는 것이 아닌 것처럼 회사와 직원의 관계는 쌍방의 입장에 놓여 있다.
A기업의 이 차장은 어느 날 일을 하다가 불쾌한 감정에 휘말렸다. 어찌할 바를 모른 채 하던 일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마무리짓고는 같은 팀의 팀장님은 아니었지만 옆 부서 팀장님께 하소연을 하기 위해 다가갔다. 평소 사이가 꽤 좋았던 둘은 평소에도 꽤나 소통하며 지냈다. 소소로운 것에 대한 대화를 하면서 서로의 유대감을 쌓았고 부담스럽지 않은 사이였다. 특히나 어려움이 있을 때면 곧잘 잘 들어주는 태도 때문에 많은 손 아래 직원들이 우러러보는 팀장이었다.
팀장은 이 차장이 다가오자마자 뭔가 이상함을 눈치챘다. 평소와는 달리 꽤 어두운 낯빛이었고 무엇보다 심각하게 와서는 어깨를 톡톡 치는 행동을 보아하니 긴히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 듯했다. 팀장은 얼굴을 보자마자 일어나서는 휴게실로 가자며 손 제스처를 취했고 둘은 휴게실로 향했다.
커피를 한 잔 뽑으면서 팀장이 말한다.
"어떤 새끼가 어? 이 차장을 괴롭힌 거야? 어느 새낀지 말해봐 내가 가서 혼내줄게."
"아니, 그 그게 아니라.. 푸, 푸하하.."
이 차장은 자기도 모르게 헛웃음을 짓다가 순식간에 빵 터지고 말았다. 한껏 마음고생이 심했던 하루여서 지금까지 있었던 푸념이라도 털어놓으려고 분위기 잡고 왔는데 먼저 선수 쳐서 말해주니 갑자기 화가 풀린 탓이다. 자기도 모르게 풀린 감정 때문에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판단한 이 차장은 "아녜요 괜찮아요 조금 기분이 안 좋았던 것뿐이고 지금은 풀렸습니다. 담배 한 대 태우러 가시겠습니까?"라며 흡연실로 향했다.
기업의 제공하는 좋은 복지는 성과에 따른 복지일 수도 있다. 이는 금전적인 부분이 될 수 있고 때로는 물질적인 부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2018년도 직장인들이 갈등을 겪고 퇴사 사유로 꼽힌 5위 중 2개 항목이 인간관계에서 펼쳐진 이유였다. 약 44.3% 정도로 반절에 근접한 수치다. 이는 꽤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인사 담당자들이 생각하는 퇴직 사유 중 40.3%가 연봉 불만이었다는 점을 비교하면 같은 직장인임에도 불구하고 꽤 다른 입장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1~3년 차의 퇴사율은 83.4%에 육박하는데 이 중 반절은 인간관계 때문에 퇴사를 결심하는 꼴이니, 10명 중 4명은 회사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볼 수도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입사를 위한 바늘구멍 뚫기를 통과하며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한 이들조차도 퇴사를 시도한다. 이들은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서. 혹은 자신이 느끼기에 지옥 같았던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기에 퇴직 및 이직을 결심했다고 한다. 물론 이는 단순히 인간관계뿐 아니라 기업의 인사고과나 다양한 부분들이 함께 영향을 끼친 케이스임을 미리 밝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이 참 역설적이게도 회의적일 따름이다.
"날 존경하거나, 우러러보며 일할 필요 없어. 그냥 너는 너 할 일만 잘하면 돼!"
충격적이었다. 평소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며 일을 해왔다. 특히, "김 대리는 일 하는 게 재밌나 봐?"라는 얘기를 들을 때면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야근에 몸이 찌들어서 너무나 피곤한 하루였지만 그런 말을 듣고 어깨를 탁 치고 들어가실 때면 없던 힘도 다시 샘솟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있던 힘도 마치 빠지는 이야기를 들은 기분이었다.
손이 사시나무 떨듯이 떨기 시작했고 대체 어디를 보고 말을 이어가야 할지 말문이 막혔다. 김대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제 생각엔 이전에 이렇게 말씀하셨던 전례가 있으셔서 그렇게 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던 겁니다. 소통이 중요하다 하시면서 항상 이야기를 하길 원하시지만 너무 사소한 이야기는 알아서 하라고 하셨던 이야기 때문에 말씀을 못 드린 거예요. 저도 혼란스럽습니다."
"언제? 내가 언제 그랬어. 사유를 대 봐."
이야기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냥 마음속 담겨 곪아버린 마음의 상처가 터진 탓일 테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서로 억누르고 있던 감정이 쌓여 배출이 돼야 하는 시점에 될 수 없었고 감정의 악화는 더 큰 악화를 낳는 역할을 할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를 내지 않았던 이유는 사회생활의 기본기이기 때문이다.
김대리는 더 이상 이야기를 해 봐야 득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입을 닫았다. 소통의 부재라고 하는데 결국 소통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탓이다. 제 아무리 애로사항을 말해도 말할 당시에는 유념해 듣지 않다가 나중에 곤란한 상황이 터지면 그때 왜 더 크게 심각성을 두고 얘기하지 않았냐고 하는 상황이 반복되자 더 이상 대화의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런 사례는 흔히 있을법한 사례는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꽤나 빈번한 사례 중 하나이고 대표적인 퇴사를 결심하는 사례이다. 윗사람으로서 아랫사람의 감정을 뒤흔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작은 압박 하나에도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고 조직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게 만들 수 있다. 반대로 칭찬은 날개를 달게 만들며 업무 성과의 증진을 야기하기도 한다. 조직의 리더는 이렇게 사소하지만 강한 변화를 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사실 우리에게 정말 큰 감정의 힘듦을 제공하는 것은,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사장도, 대표도 아니다. 바로 눈 앞에 있는 직속상관이나 옆에 있는 동료에 따른 변화다. 동료와의 관계가 원만한 관계로 이뤄져 있다면 회사 생활은 뜻밖의 삶의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반대의 상황은 좌절감도 맛볼 수 있게 만든다. 대표의 실수 때문에 회사가 휘청거려도 서로 술안주처럼 곱씹으며 욕을 몇 번 하면 이는 타개될 소재지만, 옆에서 힘들게 하는 것은 실질적인 고통으로 와 닿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그랬다. 함께 일했던 팀장과 동료와의 성격이 잘 맞았던 상황에서는 날개가 달린 듯 업무 성과가 증진되고 업무에 활력이 샘솟았다. 급여는 비록 조금 낮았을지라도 일을 하면서 후회하거나 의욕을 잃었던 적이 없다. 반대로 동료와의 불화가 있던 경우는 삶의 의욕을 잃고 업무 성과는 더더욱 나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의기소침해지는 경우도 있어서 스스로의 자존감까지 잃어가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끄는 경우도 있었다.
개인의 성장과 기업의 성장이 두루 이어지려면 좋은 조직원과 그 구성원이 구성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기업의 발전은 있을 수 있어도 개인의 발전을 이끌 수 없다. 소위 '사람이 좋아야 한다.'는 말들을 직장인들이 수없이 내뱉는 것을 보면 이는 실제로 많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부분과 같지 싶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남들과 항상 뒤섞여 살아가야 한다. 남부럽지 않은 좋은 동료를 제공해주는 것만큼이야 말로 기업에서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복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