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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isKurts Jun 29. 2021

꿈을 덮고 뒤돌아서며 그래도 웃는 법

그래도 여전히 웃고 나아가는 법

꿈을 덮고 뒤돌아서며 그래도 웃는 법          


어린 시절 모두에게나 꿈은 있다. 진부한 얘기지만 꿈을 좇는다는 건 인생에 있어서 꽤 중요한 일이다. 동기부여가 되고 누군가에겐 그것이 인생의 목표처럼 움직여 살아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만큼 꿈이 있는 삶과 없는 삶은 인생에 있어 가치가 달라지는 요소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주변에서 흔히 말하길 “어린 시절 꿈 대로 하고 싶은 일 하는 사람이 어딨냐.”거나 “전공 살려 일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냐.”며 하는 이야길 들을 때면 괜스레 가슴이 시린다. 듣고 싶은 전공수업을 듣기 위해 맹렬히 인생을 갉아 넣듯 공부하던 때가 불과 얼마 전이었고 책을 보며 알 수 없는 만족감에 휩싸이던 때가 바로 엊그제였던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내 꿈은 막연했지만 한편으로는 뚜렷했다. 막연하게 항공사에 취업하고 싶어 어떤 것을 준비하는 게 맞을까 싶어 고민하고 공부했다. 관제사가 되고 싶어 항공교통과 편입을 알아보며 학점관리나 영어와 같은 기본 스펙을 맞췄다. 공부를 하다 보니 항공정비사의 매력을 느껴 결국 항공기계과로 편입하게 되기도 했었다.     


내 인생은 꽤 파란만장했다. 아니, 가만히 있는 것을 선택하지 못하는 삶이라 해야 하나 계속 무언가를 도전하고 또 도전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편입 후에도 간단하지는 않았다. 처음 느껴보는 전공수업의 벽을 느끼며 막연하고 답답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전공 수업 이외에 도서관에서만 평일 기준으로 4시간, 주말엔 8시간가량을 시간을 보냈다. 머리가 나쁘면 시간으로 극복하려 마음먹었다.     


첫 취업을 도전하면서 나 정도면 그래도 준비된 인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막연하게 취업은 조금 노력하면 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뜻밖에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고 여러 다양한 분야에서 인턴 생활을 했며 지속적인 준비를 했고 그렇게 약 2년이 조금 못 되는 시간이 하염없이 흘러갔다.     


어두컴컴하고 고독한 방 안은 타닥타닥 키보드 소리만 공기를 메웠고 자소서 작성을 끝 맞추고 손을 멈추는 순간 적막한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리고 조용히 모니터 화면을 껐다. 모니터 속 화면에서 내 검은 눈동자가 반사되어 묘한 감정을 만들었다. 나는 여전히 무얼 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맞는 것일까. 온통 고민과 고통과 고뇌가 온몸을 찔러댔다.     


마치 열병이라도 온 듯 온몸이 고통스럽고 휘몰아치는 감정 때문에 무엇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고향에 내려가서 그냥 집 근처 공장이나 다녀야지. 항공사는 무슨 항공사야, 내 주제에….”          







나는 선천적으로 꽤나 낙천적인 편이고 긍정적인 사람이었다. 내가 포기하는 건 내가 충분히 노력해봤고 경험해봤을 때 다른 일을 해도 후회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 시점이 오면 그 일을 덮는 그 순간이 온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다행스럽게도 아니, 운이 정말 좋았던 것인지 아무 공장에나 가서 취직하고 적당히 일해야겠다며 마음먹었던 게 불과 얼마 전이었다. 모든 짐을 다 싸들고 내려가려던 찰나 마지막 면접 기회가 한번 더 주어졌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하게도 합격할 수 있었다.     


원 없이 즐겁고 행복하게 일했다. 내가 하고 싶은 분야에서 그동안 생각했던 일을 하니 모든 일은 날개 돋친 듯 풀려나가는 듯했고 일을 하며 행복했다. 제 아무리 하고 싶은 일이라고 하더라도 일이 어찌 쉽기만 하겠냐만은 할만했고 재밌었다. 오죽했으면 너는 일 하면서 너무 행복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을 정도니까.     


그런 항공사를 올해 2월 떠나 나오기까지 오만가지 생각과 내 인생의 미래에 대해 수없이 많은 고민과 갈등을 겪었다. 내가 다른 분야에 가서 일하더라도 잘할 수 있는 건 맞을지, 내가 하는 이 선택이 맞을지 미래에 대한 고민이 33살에 걱정을 덮어버렸다.      


코로나로 인해 수많은 항공 근로자들은 일할 수 있는 곳을 잃었고 일을 해도 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여객 사업은 숱하게 무너졌고 성장기반과 성장 원동력을 상실한 항공기는 앞으로 나아갈 추력을 잃어버렸다. 대학생활과 취업준비기간, 그리고 만족스러웠던 회사생활까지 어쩌면 인생의 커다란 부분을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안정적이고 평온한 길을 떠나 새로운 도전을 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새로운 산업에서 더 좋은 직급과 대우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 이제 5개월 차로 접어들며 새로운 일과 환경에 또다시 열정과 에너지를 쏟으며 적응하고 일하고 있다.     




슬프지만 꿈을 덮는다는 것은 참 절망적이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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