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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isKurts Jul 11. 2021

꿈은 높지만 현실은 시궁창일 때

무엇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날의 나에게

꿈은 높지만 현실은 시궁창일 때(무엇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나에게)               


오래 달리기를 하려고 옷을 갈아입고 막 나갈 채비를 마치면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짧은 거리든 긴 거리든 간에 내가 할 수 있을지 막연한 불안감이 떠오르고 주변에서는 괜히 무리하다가 다치지 말라며 제제하기도 한다. 실제로 뭐가 그리 좋다고 10km 마라톤을 하면서 무릎도 크게 다쳐보기도 했고 무슨 깡이 그토록 있었던 것인지 난 무조건 할 수 있다며 무모하게 도전도 해봤다.     


그뿐이랴, 내 20대는 꽤 무미건조했지만 한편 끝없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영어의 ‘A’도 제대로 모르는 채로 무조건 영어를 배우고 싶다며 영어책을 군대 다녀오면서 어렵사리 펼쳤다. 간단한 인사말이나 맥없이 할 말이 없으면 멋쩍게 웃으며 대화를 마무리하는 것이 일쑤였다. 책을 펼치고 하루에 대여섯 시간, 혹은 그 이상 아무리 짱구를 굴려도 머릿속 가득 채워지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10대 때는 공부, 공부 또 공부의 연속이었다. 글쓰기를 좋아했던 중학교 3학년에게 닥쳐온 현실의 벽은 꽤 컸고 막연하게 지금 공부해두면 20대가 넘어가면서 네가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일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을 철석같이 믿으며 습작 지를 덮었다. 시나리오 메모장은 케케묵은 벽장 어딘가에 알 수 없이 묻혀버렸고 그 자취가 감춰졌다.     


20대는 그저 막연했다. 공부를 해야 한다는 목표가 가득했던 때와 달리 20대는 그저 취업이 우선이라 믿었다. 취업만 하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있고 좋아하는 사람과 하루를 보내며 그저 행복할 거라 믿었다. 그러나 그런 희희낙락한 일반적인 일들은 결코 간단하거나 일반적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30대의 초입에 들어선 지금은 과거 회상하기를 좋아한다. 내가 했던 일과 해야 할 일의 경계에 서서 조금씩 나아지려고 아주 조금씩 발버둥 치며 나아가려고 애쓴다. 딱히 뚜렷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고 특별한 발전이 있고 엄청난 개선이 이뤄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인생이 그만큼 쉽게 바뀌고 가볍게 달라지고 했다면 힘들고 어렵고 불행한 사람은 세상이 없을 것이다.                    






회상하기를 좋아한다고 했지만 달리 말하면 사색하기를 좋아한다. 무더운 여름 풀숲 가득한 숲길 한 켠 등받이가 있는 나무 의자에 걸터앉아 책을 펼치고 잔잔히 불어오는 바람 덕에 상쾌함과 선한 여유가 행복한 미소를 펼치게 만들고 글귀 하나가 마음까지 울린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아무런 기대감 없이 시작했던 하루가 뜻밖에 보람찬 하루가 되고, 스치든 지나갔던 사람의 말 한마디에 행복함이 전달되며 그저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하루가 된다면 그 하루는 얼마나 행복으로 가득한 하루겠는가.     


무언가를 이루고 싶고, 무언가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고 싶지만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서 방황하고 있다면 조금만 달리 하루를 채워야 한다. 평일 동안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라면 주말 동안 나에게 힐링과 자유를 전달해 채워나갈 수 있는 하루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행동조차도 나에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활력을 월요일에 심어줄 테니까.     


막연한 실패를 거듭해 무엇도 할 수 없는 날이 나에게 온다면 그동안 도전해온 스스로를 대견히 여겨 등을 토닥여주고 싶다. 그 도전들이 결코 허상이 아니었음을, 그 조차도 다른 성공을 위한 한 걸음이었음을 아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아주 예전 얘기지만 고등학교 2학년 시절 나는 정말 책상머리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던 학생이었다. 머리가 나빴던 탓인지 제대로 이해는 되지 않았고 성적도 낮았고 결과물도 형편없었지만 당시 내 목표는 아주 작은 것부터 이루자는 생각이었다.     


첫 째는, 오늘 하루 동안 수업시간에 졸지 말자     


둘 째는, 오늘 하루 졸지 않았다면 삼 일 간만 더 실행해보자.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듯 삼일만 이루자.     


셋 째는, 작심삼일이 이뤄졌다면 일주일을 해보자     


서서히 책상에 앉아 수업을 듣는데 의무감이 생겼고 책임감이 생겼다. 사실 공부야 하든 말든 상관없는 것이고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을 하면 좋겠지만 공부 못해서 낮은 대학에 가더라도 그게 큰 문제는 아니지만 나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하루 동안 깨어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메모도 하고 공부도 하니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을 수 있게 되었고 점차 의미 있는 시간들로 채워졌다. 변화는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무엇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의 내가 있다면 조금씩 바뀌어 갈 수 있도록 스스로의 마음을 견고히 다지고 채워나가는 것이 좋다.                    










글을 쓸 때 내가 좋아하는 잔잔한 음악을 들며 작성할 때 강렬하게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대단하고 별 볼 일 없는 하루가 만족스럽고 행복한 하루로 변하는 것도 내가 시도하는 것도 내가 나에게 무엇도 할 수 없을 것 같을 때 시도하는 방법 중 하나겠지.


[참고 BGM]     

https://www.youtube.com/watch?v=gSan2VEDf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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