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즐기고, 여름을 나실 줄을 안다

안녕달, 『할머니의 여름휴가』(창비, 2016)

by 강이랑

<그림책 한번 읽어볼까?>

안녕달의 『할머니의 여름휴가』


안녕달의 그림책 『할머니의 여름휴가』를 펼치면 한적한 바닷가 모래사장 장면으로 시작한다.

할머니는 이 바닷가 모래사장으로 여름휴가를 즐기러 갈 것이다.


속표지 장면에서 할머니는 오래된 선풍기를 켠다. 강풍 버튼이 말을 듣지 않는다.

장애가 생긴 것이다.


할머니네 방에 걸려있는 가족사진을 보니, 할머니는 삼 남매를 두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는 반려견 메리와 함께 산다. 할머니네 방은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고, 예쁘고 풍성한 화초가 심어진 화분이 방안 곳곳에 놓여 있다. 베란다에는 고추, 배추 등 김치를 담글 채소와 다육이 등의 화분이 가득하다. 선풍기 옆에는 물통과 약봉지도 놓여있다. 문 밖 현관에도 커다란 나무 화분과 채소가 심어져 있다. 옥상에는 항아리가 가득하다.


할머니의 집은 층층이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높은 언덕 위에 있고, 시간마다 며느님과 손주가 장을 봐와 들린다. 바닷가에 다녀온 손주가 할머니에게 커다란 소라 껍데기를 선물한다.


할머니는 소라 껍데기로 바다 소리를 듣고, 바다 냄새를 맡는다.

할머니의 몸이 소리를 기억하고 냄새를 기억하고 있다.


할머니네 방 달력은 7월이고, 선풍기 강풍은 말을 듣지 않고, 때는 “바람 한 점 없는 오후”이다. 여기서 마법은 일어난다.


바다에서 온 하나의 소라 껍데기는 그냥 소라 껍데기가 아니라 할머니를 판타지 공간으로 이동시켜 주는 중요한 통로가 된다. 그리고 안내하는 이들이 둘 있다. 꽃게와 반려견 메리. 방 안으로 들어온 이질적인 존재를 쫓아가는 메리. 그런 메리에게 눈길이 가는 할머니.


할머니는 예쁜 꽃무늬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반려견 메리와 함께 수박 반 통과 양산과 돗자리를 챙겨 들고 소라 껍데기 통로를 통해 바닷가로 여름휴가를 떠난다. 많은 것 필요 없다.


막 도착한 넓은 바닷가에는 커다란 소라 껍데기 하나, 할머니, 메리, 갈매기 한 마리. 방 안에서 바닷가로 장소만 바뀌었을 뿐, 가족은 오직 할머니와 반려견 메리뿐.


그곳에 배고픈 갈매기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가 나타나고, 물에 젖은 아기 수달과 엄마 수달이 나타난다.

갈매기 세 마리와 수박을 나눠 먹고, 수달 두 마리와 선탠을 하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쐰다. 할머니에게는 반려견 메리가 있으면 되고, 메리에게는 할머니만 있으면 된다. 그리고 이들 뜻밖의 손님들.


한적한 여름 휴가를 즐긴 할머니는 기념품 가게에서 조개껍데기를 사 가지고 유유히 집으로 돌아온다. 할머니는 그 많은 진귀한 기념품 중에서도 지금 당장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을 기가 막히게 찾아낸다. 조개껍데기는 고장 난 선풍기 버튼에 딱 맞고, 강한 바닷바람을 선사한다.


선풍기 하나로 할머니와 메리가 앉아있는 방바닥은 순식간에 바닷가 모래사장이 된다.


반려견 메리가 만족하고 할머니가 만족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텔레비전이다. 몸이 불편한 할머니는 텔레비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할머니와 메리가 응시하고 있는 텔레비전 화면에는 그림책 면지와 표지 장면이기도 한 바닷가 모래사장 장면이 계속 나온다.

바닷가 모래사장 장면은 기념품 가게에서 파는 움직이는 액자에서도 다시 등장한다. 틀에 갇혀 있는 듯하지만 움직이는 물결. 움직이는 바닷가. 그냥 가만히 방안에만 있는 것 같지만 부지런히 움직이며 집안을 가꾸고 살피는 할머니.


수많은 여름을 체험해온 할머니는 가장 가까이에서 자신이 가꾸고 돌보며 함께 하는 이들이 있는 공간에서 그 누구보다도 여름을 즐기고 스트레스 없는 여름을 나신다. 자신이 구축한 세계에서 자신게 맞는 행복의 가치를 알고 맘껏 누리는 분이시다.


나는 올여름을 어떻게 즐기고, 어떻게 날 것인가?

안녕달의 그림책 『할머니의 여름휴가』에 나오는 할머니처럼 나도 그렇게 내 지금 상황에 맞게, 내 나름의 방식으로, 내 가까이에서 최대치로 즐기고, 지혜롭게 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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