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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이랑 Jul 22. 2024

어린이


나의 중요한 정체성 중의 하나는 어린이문학을 공부한 사람이다. 내 삶에서 '어린이'는 중요한 키워드이다. 그래서 옛이야기 속 어린이, 문학작품 속 어린이, 근대시기를 산 어린이, 지금 내 눈앞에 존재하는 어린이 등 어린이에 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촉각을 곤두세운다.


심리학에 대해 공부하면서부터 한 인간의 내면에 각인된 어린이시기나 어린이성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그래서 참에 내 안에 각인된 어린이시기나 어린이성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렸을 때 엄마 없는 집에 홀로 있을 때는 특히 외로움이 밀려왔지만 나이가 들면서 외로움이 사라졌다. 어린 시절에는 그리운 대상이 많았는데 자라면서 역시 많이 사라졌다가 작년에 엄마를 잃고 나서 그리움의 정서가 다시 살아났다. 어린이시기나 어린이성에 대해 생각하다가 외로움이나 그리움의 정서가 가장 먼저 연상된 것은 무슨 일일까.


불안이나 보호란 단어도 연상된다. 안이 밀려올 경우는 집안에 관련된 어떤 문제일 경우가 높다. 예컨대 외출 시 가스밸브를 잠그지 않은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 이 불안의 기저에는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는 몇 번이고 가스밸브 등을 확인하고 우리들에게도 강조하곤 했다. 그래서 가끔은 이런 불안을 느낄 때는 아버지 문제와 연관된 가능성이 높다.


어린이는 그 어느 시기보다도 보호가 필요한 시기이다. 특히나 영유아 시기는 부모나 주변 사람들의 보호가 절대적이다. 이 시기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했다면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쩌면 그 후의 내 삶에 나 자신도 알아채지 못하는 영향권 내에 수도. 그래서 이와 관련하여 요즘 화두는 나 스스로가 나 자신을 얼마나 잘 지키고 보호할 것인가이다. 우선은 나 자신을 잘 지키고 보호하는 일, 그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것 같다.


어린이시기의 어떤 특성이 고착되어 내게 나타나거나 그림자를 드리운 것은 또 없나 생각해 본다.


어린이 하면 또 하나의 특징이 성장, 잠, 음식 아닐까. 어린이는 성장 속도가 시기보다 두눈으로 분명이 확인될 정도로 비약적이다. 어른이 된 지금의 나에게 이런 비약적인 성장의 코드가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외면적인 성장보다는 내면의 성장이 필요한 지금 나는 그 무엇이 지금 내 안에서 성장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본다. 성장과 더불어 잠 또한 어린이의 한 특성일 것이다. 하룻동안의 수많은 일도 숙면을 취하면서 해소하는 아이들, 놀랍고 부럽고 굉장다. 그리고 음식,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음식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 먹고 먹고 또 먹어도 한번 뛰고, 공부하고 나면 다시 먹는 아이들. 그래그래 먹을 수 있을 때 맘껏 먹. 어린이 속에 성장이 함께 하니. 나 또한 그동안 등한시했던 음식에 대해 재고하게 된다.


기쁨과 재미 또한 어찌나 중요한지. 어린이들 일상 속에 기쁨과 재미가 함께하는 생활이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나 또한 일상 속에서 기쁨과 재미를 놓치거나 잃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 어린이 하면  가 있. 형제 자매나 친구, 그리고 자연과 놀이, 이 또한 참으로 중요하다. 어린이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내 안의 여러 기초가 이 시기에 기반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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