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경험한 하늘에 대한 세 가지 단상이 떠오른다. 하나는 초등학교 등하교 때의 풍경이다. 당시에는 헬리콥터가 유난히 많았다. 헬리콥터 소리를 따라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보곤 했다. 그리곤 하늘 가득 펼쳐진 구름 모양에서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을 발견하곤 했다.
두 번째 기억은 꿈속에 나타난 밤하늘 모습이다. 언제 꾸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렸을 때 꾼 꿈이다. 어두운 밤하늘을 배경으로 영화에서 본 UFO가 고향집 지붕 위로 착륙한다. 실제로 어린 시절 마당에서 올려다본 밤하늘엔 별이 가득했다. 무심코 올려다본 밤하늘 가득 채운 별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하늘 모습은 논밭일을 마치고 아버지가 운전하는 경운기에 올라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엄마와 함께 본 불타오르는 석양. 농사일의 고단함을 떨쳐줄 정도의 붉은 석양이었다.
하늘에 대해 생각하는데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의 고향과 연결되었다. 하늘에 대한 기억만 떠올리는데도 어린 시절의 원체험이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하늘이어서 더 그럴지도.
그래서일까. 지금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무료하고 단순한 하루를 보낸 날일지라도 단지 아름다운 석양을 보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만해질 때가 있다. 변화무쌍한 구름의 모습을 목격한 것만으로도 만족할 때가 있다.
그리고 하늘 위의 해와 달. 태양의 움직임을 보며 하루의 시간을 감지하고, 달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한 달의 경과를 직시한다. 하늘 속에는 언제나 신화의 시간이 함께 한다. 참으로 경이로운 하늘이 아닐 수 없다.
선명히 기억하는 어린 시절에 꾼 밤하늘의 UFO. 어른이 되어 하늘 관련 꿈을 꾼 것도 같은데 바로 기억은 나질 않는다. 난 불현듯 하늘 관련 꿈을 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알 수 없는 그 어느 곳에서 밤하늘을 가로질러 우리 집으로 날아왔던 어린 시절의 UFO가 그 모습 그대로이건 다른 형태로건 하늘을 가로질러 찾아왔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