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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이랑 Jul 25. 2024

거울


거울 앞에 선다. 전신을 비추는 거울. 거울 앞에 서서 나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 살핀다. 나의 전신을 비추는 거울인데 아무 거울 앞에나 설 수는 없지. 


나를 비추는 거울처럼 관계 속에서 나의 거울이 될 대상과 내가 거울 역할을 했을 때의 모습을 생각하곤 한다. 사실, 관계 속에서는 그 모든 대상이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나 또한 마주한 존재의 거울이다. 그러나 나는 아무에게나 나를 비출 생각이 없다. 그리고 그 어떤 존재에게 좋게든 나쁘게든 왜곡된 거울이고 싶지도 않다. 


나는 어떤 대상을 마주할 것인가. 어떤 존재에게 나를 비출 것인가.


반복적으로 내 얼굴을 일그러뜨리게 하거나, 나마저 얼룩 투성이로 만드는 거울은 마주하지 말아야지. 보지 말아야지. 피치 못하게 마주할 경우에는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얼룩 투성이가 되었음을 표현해야지. 


현실에서 나의 거울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내가 바라고 마주하고 싶은 거울을 현실에서 찾을 수 없을 때엔 책 속 인물이라든가, 드라마나 영화 속 등장인물이라든가, 다큐멘터리로 만나는 인물들을 거울로 삼아야지. 동경이나 이상에 가까운 존재들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낫지 않을까. 거울은 내면의 소리를 들려주니까. 내가 그 내면의 소리를 잘 듣고 캐치하면 될지도.  


그나저나 아무나 거울로 삼지 말 것이며, 아무에게나 나 스스로도 거울이 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거울은 그저 단순히 지금 나의 겉모습만 비추는 거울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의 욕망, 나의 감정, 나의 아픔, 나의 고통, 나의 비전을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를 비추는 거울은 내가 선택할 생각이다. 아무 거울이나 마주하지 않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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