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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혜 Sep 26. 2020

에필로그

나는 아직 조울증입니다

정신과에는 누가 언제 가나요?

정해진 기준이 있는 건 아니에요. 치료가 불필요한데 방문하여 의료비 재정을 낭비를 하는 것도 좀 그렇죠. 그래서 저는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낄 정도면 내원을 하라고 권합니다.


이제 약 그만 먹을 때 안되었나?

9년째 먹고 있으니 이 말이 나올 만도 하죠. 누구보다 약을 끊고 싶은 사람은 남이 아닌 제 자신 아닐까요. 하지만 약에 의존해서가 아니라 아직은 약을 필요로 하는 상태임을 인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나의 페르소나?

가족 앞에서도 연극하며 사는 기분입니다. 내 정체성은 잃은 지 오래예요. 어제 외래진료를 보며 상담을 하는데 이 부분에 있어 얘기를 하면서 눈물이 났어요. '보혜'는 원래 말이 없고 내성적이며 조용한 아이예요. 결코 밝지 않은데 어느새 밝고 상냥한 아이가 되어있어요. 이게 내 모습인지 아닌지 가면인지 아닌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글을 마치면서?

음, 솔직 담담하게 써 내려갔어요. 그래서 속에 있는 많은 걸 비워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로부터 응원의 메시지와 긍정의 에너지를 받아 저도 실제로 좋았습니다. 제 글이 많은 분께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시즌1을 마친다 생각해주세요.


엄마의 믿음이 있다던데?

제가 무녀의 길을 갈 것이라고 아직도 믿고 계십니다. 글에도 나와있지만 제주도를 들어가고 할 당시에 눌림굿을 많이 했어요. 혹시 모르죠. 다음 책에선 더 버라이어티한 글이 나올지도요. 제 몸안에 눌러놓은 신들을 풀어봐 달라고 했거든요. 과연 제가 무녀의 길로 가야 할 것인지 스스로 판단해보겠다고요.




어제 외래 진료를 다녀왔습니다.

가을을 타서 그런지 오랜만에 상담 중에 눈물 콧물을 보이며 울어댔어요. 눈물이 나서 입도 제대로 못 열었죠. 이럴 줄 알고 종이에 미리 상담할 내용을 어젯밤에 미리 적어놓았더랬습니다. 교수님이 말없이 건네는 티슈를 받아 들고 마스크 사이로 줄줄 흘러내리는 눈물 콧물을 닦아가며 심호흡 중간중간에 써온 글을 읽었어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정신과 진료는 뭔가 진료를 마치고 나올 때 공허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히히히......

아침8약 저녁4알.. 이거 외에 비상약으로 살아가요.
외래가기 전 날에 미리 써본 글이예요.괜스레 눈물만 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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