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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혜 Sep 03. 2020

의사에게 별 얘기를 다했더라

열다섯 번째 이야기

'정신과'라고 하면 비용적인 질문을 가장 많이 하는데, 센터에서의 상담비용은 보통 1회에 8~10만 원 선이다. 심리상담 자격증에도 급수가 있어 임상심리 1급이냐 2급이냐에 따라 가격을 차등하여 받는 경우가 많다. 1급 상담사는 상담 회기당 10만 원 넘게 받을 때도 있다. 정신과의 경우 상담료는 1~3만 원 선. 단, 초진의 경우 뇌파, 심리검사 등 각종 검사가 들어가니 이 가격이 대략 1~20만 원 선으로 검사에 따라 가격의 갭이 크다. 약값은 보통 만 원 내외이며 원내에서 처방 조제해줄 경우에는 진료비에 포함, 처방전이 따로 나올 경우엔 약국에 따로 지불하면 된다. 입원비용은 대학병원 폐쇄병동 다인실 이용했을 때는 2주에 100만 원 조금 더 나왔었다. 자의입원을 했을 때는 1주일에 60만 원 조금 더 나왔는데, 병원에 따라 치료에 따라 입원비용은 편차가 있을 수 있다. 대략 10~15분 정도의 짧은 정신과 상담에 비해서 50~60분이란 긴 센터의 상담이 메리트가 있긴 하지만, 센터에서는 약물 치료가 이루어질 수는 없다. 병명에 대한 진단이나 약물처방은 의사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본인에게 맞는 치료방법을 선택해서 효율적으로 이용하면 좋을 거다.


간혹 사람들이 막상 상담센터나 정신과에 가면 무슨 얘길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해야 할지 모르겠다거나 혹은 본인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선생님이 잘 안 들어준다는 경우가 있다. 우선 후자의 경우는 다니는 센터나 병원을 바꿔야 한다. 병원이나 의사에게 의리를 지키겠다고 굳이 마음에 안 드는 병원을 질질 끌며 다니다가 끝내는 내 마음병의 치료마저 포기하게 된다. 내 병 낫자고 다니는 건데 불안감이나 불신이 바탕이 되어서는 어떤 처방도 상담도 약이 될 수는 없다. 계속해서 말했듯 병원과 의사 그리고 나 삼박자가 맞아야만 제대로 된 치료의 시작이 될 테니까. 전자의 경우는 어떤 말이라도 좋다. 어릴 때부터 시작해 사소한 일까지 얘기하다 보면 내 병의 근원을 찾을 만한 어떤 하나의 연결고리가 생기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몰랐던 사실 하나는 입원을 하면 담당의와 주치의가 있다. 그중 주치의가 지금까지의 내 면담 기록을 빠짐없이 다 읽어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와의 긴긴 면담 시간을 가지며 시간대 별로 하나씩 사건을 다시 짚으며 정리해 나가는데 우와..... 순간 '내가 미쳤나?' 싶을 만큼 별소리를 다해놨었다ㅋㅋㅋ 부부관계가 너무 뜸해서 나의 그곳이 석회동굴이 될 것 같다는 얘기와 또 어느 시즌은 내 얘기는 없이 온통 애완견인 우리 호두 자랑뿐이었는데, 호두가 내가 임신을 하자 시댁 식구의 반대로 시댁 닭장 속에서 내가 보고 싶어 우울증 걸려 식음을 전폐하고 굶어 죽은 소식에 나는 2주 넘게 눈물을 흘려댄 얘기, 또 여름 피서는 항상 시댁 하동 횡천강으로 가서 여름휴가가 싫다는 얘기 등 어떻게 보면 별 얘기 아닌 것에 밑줄까지 그어가며 나에게 다시 묻고 내 얘기를 너무 열심히 들어주려는 주치의 보며 예전에 지껄였던 시답잖은 말이 나올 때마다 조금 민망해서 "아하;; 기억이 잘;;" 이라고 했다.


여기서 외래 상담할 때 팁을 알려주자면, 평상시 생활할 때 궁금증이 생겼다가도 막상 외래에 가서 면담을 하게 되면 레드썬! 의사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나는 별 탈 없이 그동안 그저 늘 똑같이 특별할 것 없는, 그냥 쏘쏘 하게 지내다 온 평범한 정신과 환자로 돌아간다. 그래서 별로 할 말이 없어 아주 조금은 어색한 밀당의 기류가 흐르다가 이내 똑같은 처방전만 받고 나올 때가 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선 내가 약은 잘 먹었는지, 술은 언제 누구랑 얼마큼 마셨는지, 흡연을 하면 흡연을 얼마큼 했는지, 가족이랑은 어떻게 지냈는지, 새롭게 투약하는 약은 있는지, 임신 계획이 있는지 등등 메모해두었다가 얘기해주는 것이 짧은 상담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방법이다. 특히 여성이라면, 임신 계획은 미리 알려야 한다. 임신 중에 먹을 수 있는 약물과 중지해야 하는 약물이 있기 때문에 대체하고 조절하여 상황을 살펴야 한다. 무지했던 나도 약물로 중절술만 3차례 받았기에 지후가 나더러 엄마가 동생을 어떻게 했냐고 동생은 왜 죽었냐며 물을 때마다 속상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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