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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적 Feb 10. 2023

1인 워크숍 | 지나칠 수 없는 참새 방앗간


여행을 갈 때 웬만하면 빼놓지 않고 들리는 곳이 있다면 그건 바로 제로웨이스트 샵이다. 꼭 뭐가 필요해서 가는 건 아니다. 동네에도 이미 단골 가게가 있고 요즘은 필요하면 온라인으로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게 친환경 제품이다. 여러 제로웨이스트샵을 다니다보면 입고되어 있는 제품들이 비슷비슷하다. 닥터노아 대나무칫솔 없는 곳 없고 톤28비누 없는 곳 없다. 천연수세미는 기본이고 소창 손수건과 세제 리필샵 역시 공통된 아이템이다. 그런데 왜 나는 먼 길까지 와서 또 제로웨이스트샵을 가는가.  

이유는 단순한 것 같으면서 복잡하다. 일단은 가보고 싶다. 다 비슷한 것 같지만 똑같은 곳은 하나도 없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뭔가가 다르다. 그 차이를 발견해내는게 재미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나의 만족감을 위해서 이기도 하다. 그게 트렌드 키워드로 자주 언급되는 '가치 소비' 혹은 '미닝아웃'일수도 있다. 내가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곳에 돈을 쓰고 싶다. 환경을 위해 과감한 선택을 한 사람들이 운영하는 가게가 더 잘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건 정말 누군가를 위한 선택이 아니다. 나를 위한 선택일 뿐이다. 

그렇게 나는 '알맹상점'을 갔고 성수동의 '더 피커'와 연남동의 '지구샵', 연희동의 '보틀 팩토리'를 갔으며 춘천 여행에서 '어거스트'를 갔고 시흥의 세 제로웨이스트샵을 모두 섭렵했다. 부산은 동네 마다 제로웨이스트샵이 든든하게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이걸 제로웨이스터들은 '제세권'이라고 부른다. 일반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없는 친환경 제품을 무포장으로 살 수 있는 곳으로 스세권보다 유니크하고 프리미엄하다.


제로웨이스트 비건 스토어 '쑥(SSUK)'



제로웨이스트 비건 스토어 '쑥(SSUK)'에 갔다. 다음 행선지와 가깝기도 했고 비건 식료품점을 겸하고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한산한 골목길에 독립서점처럼 자리잡고 있는 모습도 좋았다. 너무 힙하잖아.



초록색의 먹는 '쑥'인가 했는데 우리 일상으로 '쑤-욱'들어오라는 의미였구나. 네 들어갈게요. 그 일상으로.




제로웨이스트샵 특유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의 입간판. 요즘은 이런게 너무 좋다.




자아 그럼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가볼께요. 아 신나.




크지 않은 공간에 다양한 종류의 친환경 제품과 리필 스테이션, 비건 식료품까지 알차게 갖추고 있었다. 내부도 정말 독립서점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개성 강하고 날 것 그대로이지만 정갈하게 정돈된 느낌.




나에겐 이미 익숙한 천연 수세미와 순면 제품들 그리고 스텐 고리.




기대한 만큼 비건 식료품이 정말 많았다. 크래커, 젤리, 잼과 같은 간식류에서부터 각종 소스, 라면, 음료 등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비건 마트나 다름 없었다. 뭘 살까 한참을 서성이며 고민했다.



냉동품 코너까지 갖추고 있어서 더 좋았지만 계속 들고 다니기 어려울 것 같아 포기하고 눈으로 구경만했다. 저 비건 오뎅 슬라이스 먹어보고 싶었는데 아쉽네.




구매는 단촐했다. 경험이 쌓이니 친환경 제품이라고 해도 신중하게 계획적으로 소비한다. 집에 마침 다 떨어진 고체치약과 수세미는 애초부터 구매 리스트에 있었던 아이템이었다. 지구샵의 고체 치약을 오랫동안 정착해서 쓰고 있는데 궁금했던 닥터노아의 고체 치약을 새롭게 써보기로 했다. 쓰기 편한 삼베 수세미도 하나 골랐다. 부산의 비누 공방으로 유명한 '바소랩'의 비누를 사지 않은 걸 후회했지만, 사장님께서 제작 후 남은 바소랩 자투리 비누를 나눔해주셔서 결국엔 경험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초록색 닥터노아 고체치약들. 바라만 봐도 상큼 터진다는 건 이런거에요. 천연 그 자체.



난 일상에서 여행 가듯 제로웨이스트샵을 다니고 여행에서도 일상처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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