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17:30
모리스가 온다는 얘기에 회사는 정신없이 바쁜 분위기가 진행된다. 유럽도 중동과 마찬가지로 한국 회사에서 있는 한 높으신 분들의 방문에 대한 여러 가지 준비를 하느라 바쁜 것은 마찬가지이다. 마치 적이 코앞에 있는데 장군이 없다고 해서 전장 준비 안 하다가 온다고 하니까 그제야 막 준비하는 그런 느낌은 마냥 새롭지는 않다. 모리스는 직급이 전무였는데, 본사에 있는 그룹장이었고, 모리스와 함께 오는 유럽을 관할하는 제프라는 상무가 역시 함께 동행하는 터라 더욱더 챙길 것이 많은 시간이었다.
사실 나 같이 본사 사람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그래도 그나마 적은 압박이 되겠으나, 본사에서 출장 와 함께 준비하는 차장/부장님들, 주재원 분들이 더욱더 고생하는 부분이 더욱더 많았는데, 그 압박감은 주말에도 쉬지 않고 회사에 나와서 평일과 같은 느낌으로 정신없이 일을 하는 정도이니, 평소에 윗분들의 방문이 없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준비하고 준비하다 보니, 시간이 흘러.....
모리스 전무는 이리저리 정신없는 스케줄로 가득 찼지만, 그래도 만들어진 장표를 보고 질문과 가이드를 주는 일을 하니 적어도 엑셀과 파워포인트 작업 때문에 시간을 허비할 시간을 없겠지만 전무 나름대로 또 다른 상급자의 보고 업무로 고생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래도 그가 집고 넘어간 부분들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고,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을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전무나 임원은 그냥 되는 것은 아닌 듯 보였다. 정확하게 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바깥세상을 여러 가지 정보를 통해서 판세를 읽고 있다면 곽 실장은 우리 회사에 대한 현재 모습을 솔직하게 읽고 그에 대해 정확한 의사 표현을 할 줄 알았다. 모리스가 바깥의 상황을 보고 숫자를 얘기하면 곽 실장은 우리의 상황을 보고 숫자를 얘기한다. 그러면서 서로의 합의점과 결론을 도출해 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엔 모리스는 찰렌지를 하고, 곽 실장은 찰렌지를 받으면서 일방적으로 합리적인 수용을 하게 된다. 그 합리적인 찰렌지에 합리적인 반론은 하기 어렵다. 그것은 변명이 될 수 있고, 무능의 반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곽 실장도 바깥의 판세를 얘기하지만 모리스도 합리적인 판세의 얘기를 할 수 있다. 합리적인 두 의견이 나올 때 시너지처럼 의미로운 결과가 우리 앞에 놓여있길 희망하며, 우린 오늘도 합리적인 찰렌지와 수용을 반복한다.
“자신을 바로 아는 것”이 모든 지혜의 근원이다.
-아리스토텔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