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헥토르 Sep 25. 2018

야근 때 생각 25

시간: 17:30


숫자 뒤에 사람이 있다.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는 순간, 우리는 영국군이 무굴 제국을 무너뜨리는데 200명의 군사만이 필요했던 사실을 직접 목격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유 실장은 늘 영국군과 무굴 제국의 얘기를 자주는 아니지만 분기에 한번 꼴로는 노출을 시켰던 것 같다. 이 이야기를 들을 때면 옛날의 국가라는 것은 지배계층만 바뀌었지 그 밑에 피지배층은 관심 밖의 일이었다. 지배계층은 착취자였고, 권력자였으며, 특권 자였다. 피지배층은 이념도 사상도 그들에게는 그저 남의 세상의 일이었고, 지배자가 바뀔 때마다 나아지는 세상없이 다만 세금을 바쳐야 할 사람만 바뀌었을 뿐이었다. 영국군 200명이 왕궁을 진군할 때 그 누구도 옆에서 막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그저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했고, 그 사이 영국은 무굴 제국을 쉽사리 손을 넣고 인도를 본격적으로 식민지 화 할 수 있었다. 그것이 무굴 제국의 운명이었다. 

우리 회사도 이런 모습으로 될까 두렵다. 다수의 local인력과 소수의 주재원으로 이루어진 법인은 회사가 언제든 스스로의 면역체계를 갖추지 못하면 영국군 200명에게 멸망한 무굴 제국처럼 작은 충격에도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그 면역체계를 갖추기 위해 회사 스스로 구성원을 위해 얼마나 투자를 하고 아껴왔는지. 그 구성원이 지나가는 영국 200명을 보면서 모른 체 한다면 어떻게 될는지. 


예전에 김훈 작가가 쓴 ‘남한산성’ 책이 내 눈을 사로잡았고, 최근에는 영화까지도 나와서 이 치욕의 역사를 담은 내용이 관람객들을 사로잡고 있었다. 영화 초반부에 끝까지 청과 대적하여 싸울 것을 주장한 척화파 김상헌은 한 노인과 강을 건너는 장면이 나온다. 이 얼어버린 강을 건너면 남한산성에 도달할 수 있는데, 이 노인은 청나라 군사가 들어오면 길을 안내해주고 곡식이라도 한 줌 얻어보고자 한다고 얘기를 한다. 

“그대는 조선의 백성이오. 어제는 임금을 건네주고 내일은 청의 군사를 건네주는 것이오?”

“소인, 어제 어가를 건네주고도 좁쌀 하나 받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김상헌은 길을 알려준 노인을 칼로 쳐, 죽이고 후환을 끊는 것으로 장면이 끝난다.          

        

난 회사가 얼마나 우리에게 중요한 존재인가에 대해서 계속해서 질문과 해답을 찾아보려 했다. 현재에 몸담고 있는 이 기업은 과연 내가 이 얼어붙은 길을 알려 주어도 좁쌀 하나 건네지 못할 회사인지에 대한 질문이 계속 떠오른다. 기업의 매출이 떨어져도, 기업의 손익이 떨어져도, 기업의 비용이 줄줄 세나 가도, 기업의 프로세스가 옳지 않게 가더라도, 위대한 기업에서 좁쌀만 한 월급으로 일을 하라고 하면 그 누구도 일반 사원들이 나서서 공감과 신경을 쓰지 않게 될 것이다. 기업은 회사원들을 위해 얼마나 최선을 다하는지 궁금하구나. 국가 앞에서도 그러한데, 하물며 사기업인 곳에서 개개인의 근본적인 출근의 이유인 경제적인 문제에서 소홀하게 될 경우 애사심만으로 회사원들을 독려하여 일을 하기 어렵다. 


이미 많은 로컬 인원들은 우리의 매출과 손익에 대해 궁금해 하기는 하나 함께 기쁨과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것을 위해 얼마나 뼈저리게 노력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오직 아는 사람은 그저 한국인에게만 그 체감을 함께 공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그저 바라볼 뿐이다. 발만 동동 구르는 한국인을 보면 이 회사는 글로벌 회사로 전진하지 못하고, 그저 한국 회사로만 전락할까 봐 두렵다. 

그리고 이렇게 다시 묻는다. 

우리 회사는 얼마나 우리를 착취하고 있을까? ROI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무엇인가? 정녕 인적자원으로 우리는 불리는 것인가? 


이전 25화 야근 때 생각 23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