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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헥토르 Nov 16. 2018

휴가 – 브로츠와프 (Wroclaw)

올드타운 내 르넥광장 특유의 파스텔풍 건물과 ‘난쟁이가 있는 도시’ 브로츠와프다. 

버스를 타고 이곳으로 오는 날, 구름이 층층으로 두껍게 대기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지상에서도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 낮은 구름과 높은 구름, 중간 구름이 어우러져 가장 높이 있는 태양을 살포시 감싼다. 태양이 구름 사이사이로 슬쩍 지상의 세계를 엿본다. 평원이 지나나  또 다른 평원이 나왔다. 공장이 줄줄이 서있다. 분수리에 온 것인가? (파주지역 공단) 슐레지엔의 주도이자 산업화와 공업화 시대의 중심지, 그리고 옛날 중세시대부터 폴란드, 보헤미아, 오스트리아, 독일이 한때 이곳 브로츠와프를 지배했었고, 그랬던 터라 다양한 역사유산과 전통을 가진 도시로서 그 구석구석에 그 흔적들이 남아있다. 

창문 너머로 브로츠와프의 천년 역사의 젓 줄 오데르 강이 보인다. 


브로츠와프의 백주년관 (Centennial Hall) 은 프로이센이 나폴레옹을 상대로 라이프치히 전쟁에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1차 세계대전 전에 브로츠와프가 독일 땅이었을 때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대규모 강화 콘크리트 건물로 커다란 돔 형식으로 지어진 이 거대한 건물은 각기 기둥의 또 다른 기둥을 받쳐 튼튼하게 기반을 다지고, 그 위로 겹겹이 돔을 얻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정감을 가지게 한다. 지금은 전시회, 공연장으로 쓰이고 있는 이 곳은 콘크리트 건축물 발달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고 하여 2006년도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가 되었다. 이 건물의 건설을 담당한 건축가 막스 베르크는 이곳에서 이 기념관을 통해 이미 세계대전 전에 우리가 보다 민주주의 사회로 발전하는 데에 이바지하고 있음을 이곳을 이미 민주적인 성당이 시대에 존재하였노라,라고 훗날에 얘기하였다. 이 백주년관이 지어지고 나서 실제로 1년 후에,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여 1,000만 명이 사망하였고, 민주주의라는 이상적인 우리의 사회를 짧은 기단 동안 상실했었다. 

이곳 안에 들어가면 그 느낌이 들어온다. 모든 사람이 함께 만들어 가는 세상. 우리가 지배한다. 승리를 자축하는 듯한 거대한 기둥의 용솟음, 그리고 기둥 하나하나는 우리 개개인을 상징하여 궁극적인 목적으로 달려가는 것과 같이 천장으로 골격을 이어갔다. 

콘크리트 건물이라 그런지 세기말의 무거운 시간을 암시하는 것 같기도 하다. 


백주년관에서 올드 타운으로 이동한다. 마치 영국 런던의 Tower Bridge를 연상시키는 육중하고 산업화의 느낌을 단숨에 느끼게 하는 Most Grunwaldzki 다리를 통하여 오데르 강을 건너 브로츠와프 국립 박물관과  3국 분할의 시절 독립을 위해 러시아에 항거하여 싸웠던 폴란드 전투를 그림으로 표현한 라츠와비츠 파노라마, 그곳을 지나면 올드타운에 비로소 자신이 진입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가있다.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난쟁이 동상을 찾는 관광객들을 올드타운에서 너무나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굳이 난쟁이를 찾으러 가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발걸음이 난쟁이를 찾으러 다니다 보면 어느새 시내 곳곳을 전부 구경하게 된다. 1980년대 Orange Alternative라는 반 공산주의 운동 당시 공산주의 정권을 조롱하기 위해 도시 곳곳에 난쟁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고, 그것이 계속 풍자적인 사회 모습을 반영한 도시 캐릭터로 성장하였다. 그 후 도시의 모습과 폴란드 사람들의 평범한 삶을 반영한 동상들이 많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 현재 관광상품으로써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다.

동유럽에서 가장 처음으로 폴란드가 민주화를 결실을 이루어냈고, 난쟁이들은 1980년대 반(反) 공산주의 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2001년 처음 세워졌다. 당시 이 운동에 참여한 학생과 시민들은 공산주의 정권을 조롱하는 의미로 도시 곳곳에 난쟁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으며 2005년에는 처음으로 난쟁이 동상이 세워졌는데, 그것이 바로 파파 난쟁이이다. 오렌지 얼터너티브 활동이 가장 활발했던 장소에 우뚝 선 파파 난쟁이는 이제 모든 난쟁이의 리더 격으로 성장해 도심 한복판에서 위풍당당하게 서있다. 그 어떤 동상보다도 그의 힘과 굳건함이 묻어나, 지나가는 사람으로 하여금 난쟁이 정보를 듣지 못했더라도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후 다양한 난쟁이 동상이 세워지면서 난쟁이는 시민들의 삶을 반영하는 거울이자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도시의 유명인사를 본뜬 난쟁이도 생겼다. 대표적인 것이 얀 묘덱(Jan Miodek) 교수 난쟁이 동상이라고 하며 브로츠와프대 폴란드어과의 묘덱 교수는 올바른 폴란드어 쓰기를 강의한 덕에 폴란드 전역에서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문법이 어려워 지식인들조차 종종 틀리는 폴란드어를 정확하게 가이드를 주어 자국어 사랑에 앞장섰던 사람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로 치면 주시경 선생님과 비교할 수 있을까? 묘덱 교수의 난쟁이는 브로츠와프대 폴란드어과 건물(Institute of Polish Philology, University Wroclaw) 앞에 놓여 있다. 웃음이 만면에 가득한 묘덱 교수 난쟁이의 무릎에는 폴란드어 책이 올려져 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저자는 보지를 못했다. 


 웅장한 위인의 동상은 누구의 눈에나 들어오지만 발치의 난쟁이 동상은 그렇지가 않다. 시민들은 생활 속에서 종종 난쟁이를 발견하고, 여행자들은 지도를 들고 난쟁이와 숨바꼭질을 벌인다. 아무 생각 없이 스쳐 지나간 것보다 찾아보고 발견한 것이 더 기억에 남는 법이다. 이곳의 시민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모습을 본뜬 난쟁이를 갖고 싶어 질 테다. 그리고 여행자들은 난쟁이를 통해 도시의 곳곳을 기억할 테다.

[브로츠와프 백주년관]
[오데르 강과 그룬발즈키 다리]
[파파 난쟁이 동상, 그 옆은 올드타운 안에 있는 동물 동상]

정처 없이 올드타운을 겉돌다가 한 무리의 동물 동상을 발견하게 된다. 토끼와 거위, 염소와 양 그리고 엄마 돼지와 아기돼지가 한 무리를 이루어 추운 12월에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뒤에 있는 담장에는 커다란 암탉이  서있다. 주변은 침침하면서도 오래된 목재 담장과 건물이 검게 그을린듯한 모습으로 과거의 흔적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친한 동료에게 들으니, 이곳은 원래 가축을 가두어 놓고, 사육했던 장소로 Butcher Shop 이 있었던 장소라고 하는데, 이 곳에 있던 이름 없이 사라져 간 가축들의 영혼을 기리기 위해 이런 동물 동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사람뿐만이 아니라 동물에게까지 이러한 추모 동상?을 만든 브로츠와프에 매우 놀라기도 했지만, 어쩌면 우리 사람이 생각할 때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옛날부터 인격이 철저히 무시되었던 노예, 여성, 아동, 이민족은 지금은 구시대 유물로 자리매김을 하고 그 인격이 사실상 동일시되어갔으며, 지금은 애완견, 애완동물에도 하나의 생명 그 자체로서 존중하고 그 들이 느끼는 감정을 공감하는 인간의 발전상을 보게 된다. 이제는 우리가 전혀 관심을 가지 않았던 동물까지 우리는 공감능력을 갖추어 가는 미래적인 인간상을 미리 브로츠와프에서 보지 않았나 싶다. 

12월 초의 브로츠와프는 크리스마스 전야제로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곳 올드타운 중심을 가득 메운다. 뜨거운 와인 한잔 하며 고딕 양식의 성당 앞에서 크리스마스의 추위를 한껏 즐기는 것도 이곳 폴란드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 중에 하나가 아니겠는가? 이르면 이르다 할 수 있는 12월 초순에 뜨거운 와인을 호호 불며, 눈앞에 있던 성당과 크리스마스트리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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