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17:30
가끔씩 폴란드 살기 전에 거쳐왔던 곳들 사우디 아라비아, 그리고 탄자니아가 생각나곤 한다. 늘 “치나 (중국인)”라고 놀리던 탄자니아 사람들의 짓궂은 장난, “필리피노 (필리핀 사람)”이라고 차 타고 다니면서 오지랖이란 오지랖을 보여주었던 젊은 사우디 청년들의 모습이 때론 그립기도 한 곳이 이곳 폴란드가 아닐까 생각된다. 여기서는 차가운 날씨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만큼이나 오랫동안 폴란드 사람과 친밀해지지 않으면 계속 서늘한 눈초리만 받게 되는 것 같다. 그만큼 대인 관계를 가지는 대에 있어서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마주치지 않으면 서로에게 보여주는 허물없는 오지랖은 좀처럼 보기가 어렵다는 것을 느끼고 사는 곳, 이곳 폴란드란다.
버스를 타면 열심히 뭔가 한 마디를 걸기 위해 계속 나의 눈치를 보곤 했던 탄자니아 청년 얼굴이 기억난다. 요르단 암만에 있는 아랍 식당에서 호 무스를 맛있게 먹는 나를 보며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식사값을 대신 호탕하게 지불해 준 압둘라 아저씨가 기억난다. 12월 이집트의 추운 겨울 날씨에 방황하던 나에게 함께 축구하자고 공을 건넸던 젊은 경비원들의 기억이 난다. 처음 보는 나를 자신의 집에 스스럼없이 초대하여 대추야자와 아랍 커피를 마시며 세상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던 사우디 친구가 생각난다. 폴란드에서는 이런 추억을 느끼기에는 날씨가 너무 추워 옷 밖의 세상을 나가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나라는 존재는 관계 속에서 나를 발견할 수 있다고 하는데, 외국인으로서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쉽사리 발견되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 관계가 따뜻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다만 매주를 삶고 오랫동안 양지에 말리고 걸어놓아야 잘 된 된장을 만들 수 있듯이 폴란드 사람과 오랫동안 만나면서 그 관계가 서로 따뜻해지면 그 누구보다도 끈끈해질 수가 있는 면이 있다. 퇴근 후의 길은 참으로 꿀 맛이지만 아무튼 폴란드 초기의 생활은 옆구리가 참으로 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