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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헥토르 Jul 28. 2018

휴가 – 토룬 (Toruń)

버스로 3시간 정도 바르샤바 북서쪽으로 올라가면 토룬이라는 옛 도시가 있다. 지금은 유명한 알짜배기 관광지중의 하나이지만 예전에는 내륙중계무역의 중심지이고 독일 튜턴 기사단의 전초기지 이기도 해서 중심가에 옛날 모습을 간직한 고딕양식의 건축물과 성터가 남아있다. 

[시청 앞의 코페르니쿠스 동상과 올드타운 전경]

옛 튜턴 기사단의 흔적이 곳곳에 드러나 있는데, 13세기에 지어진 건물뿐만이 아니라 기사단이 착용하였던 갑옷, 칼 등을 판매하는 기념품 가게를 보아도 확연하게 눈에 띄었다. 한때 기사단의 전초기지 였던 역할을 했던 이곳은 1453년에 일어난 폴란드와 13년 전쟁 이후 완전히 폴란드 왕국으로 넘어가게 되었고, 그 후에 지동설을 주장한 유명한 천문학자 니콜라스 코페르니쿠스가 토룬에서 태어나게 된다. 광장 중앙에는 그가 살았던 곳임을 증명이나 하듯이 코페르니쿠스 동상이 비스와 강쪽을 바라보며 관광객을 맞이한다. 그가 살았던 곳인 코페르니쿠스 생가도 박물관으로 남아있어, 그가 살았던 배경도 엿볼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코페르니쿠스 집과 생강쿠키]

코페르니쿠스 집에 들어가면 그가 머물렀던 방과 사용했던 부엌, 가족 관계, 서재, 천문학 관련한 측정도구 등이 전시되어 있어, 당시의 삶을 그대로 전달 할 수 있는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상대적으로 이 집안은 꽤나 잘살았던 것으로 추정되었고, 코페르니쿠스가 학문에 집중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저커버그가 자신도 자신이외에 돌봐야만 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지금의 facebook은 탄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했던 것처럼, 어떠한 위대한 유산을 남기기 위해서는 그 유산을 탄생 시킬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이 매우 중요함을 부정할 수가 없는 사실이다. 

코페르니쿠스도 이러한 환경이 충분히 조성되어 있었음에 분명하였고, 거기에 그 사람의 천문학에 대한 열정과 스스로 보는 세상을 보는 눈을 달리하고 질문했던 그 만의 철학이 바탕이 되어 지동설이라는 결론까지 오지 않았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의 수많은 코페르니쿠스가 자신이 처한 운명에 의해 피고 지고 있을 것이라. 모두에게 기회의 장이 존재하는 세상을 꿈꿔본다. 


[폴란드 최대의 전파 망원경]

토룬 하면 생강과자을 빼놓을 수 없다. 예전에 성벽 방어를 위한 자재를 성루 위로 올리기 위해 기울어진 성벽 ‘Lean Tower’ 를 보고 있다가 갑자기 출출함이 느껴지면서 생강과자을 판매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 본다. 기울어진 성벽에서 시청 광장쪽으로 약 5분 간 걸어가면 생강과자를 파는 곳이 나오는데, 사실 알고보니 폴란드 곳곳에 일반 상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과자였다. 어쨌든 생강과자의 Origin은 이곳 토룬이니 나름 원조라 불리는 장소에서 먹는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 

이미 튜턴기사단이 머물렀던 14세기에 생강과자의 존재가 있었으며 나름 이 과자의 존재가 이곳이 중계무역으로 상당히 번성했음을 알려주는 상징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이곳 땅이 기본적으로 비옥하여 생강, 밀을 생산이 일찍이 가능했고 그리고 이웃 도시로부터 꿀을 공수하기도 용이한 위치 상에 있었으며, 무역을 통해 인도로부터 향료를 얻을 수가 있어 이러한 생강과자라는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배경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과자 맛처럼 달고, 진한 향처럼 이곳 역사도 진하게 뭍어있었다.  

옛날 시청 광장에 올라가니 시내가 한눈에 보이며, 바로 멀지 않은 곳에 비스와 강이 유유히 흘러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저 강은 남쪽으로는 바르샤바로 통할 것이고, 북쪽으로는 그단스크 옆을 통과하여 발틱해로 흘러 들어갈 것이다. 이 강을 통해 토룬은 역사를 만들고, 사람과 문화를 만들어 갔다.  


역시나 이곳은 유명한 천문학자를 배출한 유서있는 도시답게 근처에 폴란드에서 가장 큰 천체 망원경이 존재한다. 토룬시내로부터 약 40분정도 북쪽 외곽으로 숲과 숲을 지나 또 숲을 지나면 넓은 평원지대가 눈에 들어온다. “Toruń Centre for Astronomy” 라 불리는 이곳에는 지름 32M나 되는 하얗고 거대한 Radio Telescope가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피고, 바라보고 있다. 전파망원경이다! 1년에 한번씩 이곳 천문대와 망원경을 외부인에게 개방하는 날이 있어, 그 날에 맞춰 일부러 토룬을 방문하니 보람차게도 전파망원경을 보고 인류가 저 먼세계의 세상을 탐험하고 연구하는 노력을 확인하게 된다. 저 망원경속에 담겨진 우주가 어떤 모습으로 계속 우리에게 보여줄지 미래는 알수는 없지만 또 다른 저 건너편 우주에서 똑 같은 망원경으로 이곳 토룬의 역사를 확인하고 있는 또 다른 세계와 생명체가 있을 날을 기대해보며, 토룬의 깊은 밤을 지세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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