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도 헤도헨 Mar 25. 2024

꽃게처럼, 게살계란말이

이것은... 증거 사진으로 참고해주세요.



‘게맛살’은 진짜 ‘게’의 저급한 버전, 하찮은 모조품 같지만, 게 대용으로서가 아니라 나름의 효용과 맛이 있다. 그래서 나의 셋째처럼 게는 싫어해도 게맛살은 좋아할 수도 있다.


따뜻한 반찬이 하나 있으면 좋겠는데, 준비한 것도 없고, 시간도 에너지도 없는 날. 냉장고 곳곳을 기웃거리다 ‘게맛살’을 발견하면, 아! 이거면 되겠다, 안도가 새어나온다. 소비에너지 5.


1. 그릇에 계란을 푼다.


2. 게맛살을 넣어 계란을 묻힌다.

(게맛살은 다 비슷한 것 같아도, 가끔 미묘하게 맛없는 것이 있다. 입맛에 맞는 걸 찾아보자.)


3. 달궈진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계란 묻은 게맛살을 지진다.

(이렇게 ‘게살전’으로 마치려 했으나… 어랏? 게살에 계란이 별로 안 묻어서 계란이 많이 남네?)


4. 계란을 조금씩 부어가며 게살을 굴린다.


따뜻한 밥에, 없이는 정말 못 사는 김치, 내 친구 김, 냉장고에 상주하는 영양반찬 멸치, 김 친구 낫또, 여기에 게살계란말이가 더해진 밥상은, 게맛살 같은 구석이 있다. 아쉬운 대로 특별하다.






지난해, 막내와 등원길. 같이 ‘꽃게처럼’ 걷자고 해서, 꼭 껴안고 옆으로 걸었다. 사람들도 쳐다보고 힘들어서,


나: 엄마 너무 힘들다. 그만하자.

3호/ 7세: 싫어! 나는 하나도 안 힘들어.

나: (슬쩍 몸을 빼며) 우와~ OO이 힘센가 보다! 하나도 안 힘들고.

3호: 혹시 엄마는 맨날 소리지르고 화내서 힘이 빠진 거 아냐?

나: ㅋㅋㅋㅋㅋ (박장대소하느라 꽃게처럼 걷기 끝)


그런데 딸, 진실을 알려줄게. 소리지르고 화내서 힘이 빠진 게 아니고, 힘이 빠져서 소리지르고 화낸 거야.



이전 24화 귀찮아서 박박, 파먹는 수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