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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도 헤도헨 Apr 01. 2024

자연의 맛, 세발나물전

애들이 안 먹으면 내가 먹으면 되는 맛!



어떤 철에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이 있다. 나는 서너 해 전부터 세발나물을 그렇게 여긴다. 봄이면 먹어야 하는 것이다. 싸고, 조리가 쉽고, 맛있다. 영양가도 많다. (찾아보면 줄줄이 긴데, 봄철의 초록나물이니 알아서 많겠지!)


내가 세발나물을 특별히 애정하는 이유는 '조리가 쉬워서‘인데, 손질도, 맛있는 결과물을 내기도 무지 쉽다. 채소가 인기 없는 이유는, 손질도 번거롭고 맛있게 만들기 어려워서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내게, 세발나물은 아주 기특한 채소다.


일단 손질부터. 그냥 물에 씻으면 된다. 두어 번 헹구면 끝. 하지만 싱싱하지 않다면, 상해가는 부추처럼... 색이 변하고 진물이 흐르는 세발나물의 발 한 올 한 올을... 골라내면서... 여기가 어디일까... 난 누구일까... 모든 걸 집어치우고 싶은 마음과 싸워야 하니까, 싱싱한 걸 사서 그날 해먹자.


다음은 만들기. 살짝 데쳐 소량의 소금+참기름, 혹은 된장+참기름으로 무치기만 해도 맛있는데, 이건 어른의 맛에 가깝다. 그렇다면 세발나물전.


1. 물에 밀가루/부침가루/튀김가루를 푼다.

(부침개인데 이렇게 밀가루가 적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적게. 세발나물 한 봉에 밀가루 반 컵쯤. 반죽은 걸쭉하기보다는 묽게.)


2. 세발나물을 넣어 섞는다.

(색과 식감을 위해 양파와 당근도 넣었다. 새우나 오징어를 보탤까 하다 말았는데, 충분했다.)


3. 기름에 부친다.

(도톰하면 폭삭한 맛, 얇으면 바삭한 맛.)


4. 양념간장에 찍어 먹는다.

(양념간장이래 봤자 간장+매실액+다진파... 그런 것들인데, 그냥 간장도 충분하다.)


애들이 안 먹으면 내가 먹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나는 맛만 볼 수 있었다.






첫째를 키울 때는 과자도, 아이스크림도 최~~~~대한 늦게 주려고 애썼다. 어린이집에 가면서 온갖 세상의 맛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결국 나도 어느 정도 발을 맞추게 되었는데,


나: OO야, 엄마가 아이스크림 세 가지 맛을 사왔어.

1호/4세: (눈 반짝반짝)

나: 색깔로 무슨 맛인지 맞혀봐.

1호: 응!

나: 검은색~

1호: 김맛!

나: ㅋㅋ 다음은 초록색~?

1호: 음... 오이맛!

나: ㅋㅋ 그럼 하얀색은?

1호: 음... (고심) 두부맛?


ㅋㅋㅋ 엄마가 잘한 거냐, 너무한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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