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시작한 건 2021년. 3년 연애가 집안 반대로 끝났을 때다. 남은 이별 길은 구만리에 헤어지려 안 해 본 거 없는 내게 마지막 남은 게 있었으니. 글이었다.
그래! 씀으로써 이별을 완성하겠어! 생각하기에 따라 겁나 서정적일 수도, 웃기고 자빠졌다 할 수도 있을 얘기지만, 나한테는 세상 결연한 각오였다. 그렇게 브런치를 시작했다.
작가 승인이 나기 무섭게 헤어질 결심을 쓰는 일에 코를 박았다. 일련의 글을 쓰고도 한참여. 이별 쓰기가 효험이 있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결국 나는 소기 목적을 달성했고 그와 동시에 이곳. 브런치에서 손을 뗐다.
희비가 교차했고 명암이 엇갈렸다 하면 될까.
업로드되는 글이 생명이라면 이별 직후 내 브런치는 생명체도 생명력도 없는, 황폐하기가 사막보다 더 한 곳이 됐다. 이를 뻔히 알았고 쓰기를 여전히 사랑하던 나는, 그럼에도 이곳에 어느 하나를 더 쓰지 않았다.
사람들 보기엔 영낙 없었을 방치. 허나 그건 내가 하는 보존이었다. 헤어짐을 기점으로 더는 공 들이지도 손대지도 않았던 건 필요 없어진 곳에 대한 무신경이 아닌, 지켜야 할 곳에 최소한의 관심만 두는 자제였다. 이제 나는 거기에서 더 얻을 것도 쓸 것도 없으니 말이다.
원래가 브런치는 이별 하나만 작정했던 곳. 원하던 헤어짐을 썼고 작별도 했으니 생각한 모든 쓰임을 다 치른 바다. 원한 것을 다 해준 그곳을 무얼로 내가 더 쓰고, 그곳에 내가 무얼 더 쓸까. 딱 거기 두는 게 맞았다.
아무리 내 공간에 내 생각을 쓰는 일이더라도 본래의 것이 아니면 더 쌓지 않아야 한단 생각이었다. 미련할지 몰라도 그게 나와 나의 업적을 지키는 일 같았다.
그 똥고집이니, 이곳에 새초롬히 다른 이야기를 써 나가는 일이 불편하고 꺼려질 수 밖에.
그랬고 그렇다. 세월 흐르고 사람 변한다. 그런다던 본인이 지금까지 쓴 글 무려 109개. 심지어 그중 절반 가까이를 근 한 달 간 썼다. 요 보름 동안은 하루 세 편씩을 썼으니 거의 삼시 세씀 수준인데 이를 어떻게 설명할까. 대체 무슨 일이고 사정이길래 별안간 이곳에서의 쓰기가 편해진 걸까.
재미없게도 아쉽게도 일도 사정도 없다.
그저 아까움 하나. 알고 보니 내가 아까운 것을 많이 가진 부유한 자였다. 해서 가진 것을 아낌 없이 쓰고 아깝지 않게 소진하잔 쪽으로 생각 고쳐 먹고는, 다시 코 박고 쓰기 시작했다.
브런치가 아깝다. 얘가 어디 이름, 이메일 따위의 양식 몇 개 채운다고 '여기 당신을 표현하십시오'하며 집 내어주는 플랫폼이던가. 깐깐에 인색에 고집이 얼마나 센데. 그런 애가 내 명의로 준 집을 굳이 썩힐 이유가.
글이 아깝다. 쓰기를 회사에서의 사회적 글 아니면 일 년에 두세 번 될까 싶은 편지에서나 한다. 겨우 거기 쓰기엔 내 글솜씨가 아깝다. 그렇다고 돌아온 행운의 편지를 시작해 랜덤 발송하자니 신고당할 것 같고, 일기를 쓰자니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글쓰기로 일기를 꼽는 사람이 나고.
시간이 아깝다. 일신상의 이유로 요즘 일과 중 시간이 많다. SNS, 유튜브 안 하고 OTT에도 흥미 없고, 공부는 그런 말 하는 거 아니고. 실례고.
브런치 시작 햇수로 4년. 그럼에도 중고 신인마냥 여전히 낯설다. 쓰려면 배워야 하니 그때 그때 벼락치기로 습득 중인데, 요약하자면 그냥, 언제 느닷없이 로그인해도 휴면계정이라는 둥 본인 인증 해야 한다는 둥 생색 안 내고 텃새 안 부리고 받아주어 고맙다. 먼지 쌓인 내 얘기 다 잘 갖고 있어줘서, 제일 감사하고.
이거 쓰며 생각했다. 어쩌면 내 인생 또는 내 30대의 가장 상처. 가장 발가벗겨놓은 이야기. 가장 짐 같던 시간이 브런치 제일 아래에 있다는 걸. 거기까진 바란 적도 없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 시절이 저 밑에서 내 얘기들의 중춧돌이 돼주고 있었다. 첫 얘기들 위로는 행여 그 일이 가벼워질까, 훼손되고 휘발될까 싶어 아무것도 못 쌓고 지냈는데. 내가 좁고 짧았다.
아무리 당사자들의 인적사항이 디테일하기 담겨 있지 않더라도 연애, 결혼, 이별, 가족사까지 넘나드는 이야기를 여기에 연중무휴 오픈해 놓는 게 괜찮은가 걱정도 했는데. 나의 옛이야기들아! 걱정 말아라. 내가 그 위로 자그마치 100개나 되는 글을 더 썼단다. 웬만한 노력 아니면 너네 보지도 못해. 그러니 앞으로도 내가 쓰는 이야기들 굳건히 잘 받쳐줘. 나도 꾸준히,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 열심히 할게.
다 아물진 않았지만 작살 나게 아팠고, 이렇게 내 굳은 살이 돼주고 있는 시절아 사람아 고마워. 나 잘 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