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같은 언어로 소통하는데,
가끔 그 뜻이 말하는 입장과 듣는 입장에 따라
상이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이젠 거의 사자성어급인 내로남불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으로 통하지만,
어쩌면 그 속뜻은 나나 되니까 로맨스가 되는 거지
네가 하면 불륜 밖에 안 돼라는 뜻의
나르시시즘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른 뜻으로 오고 가는 말과
이 말은 내가 모르는 속뜻이 있지 않을까 싶은
오묘한 단어가, 우리 주변에 더 있다면 어떤 것일까.
월요병
[겉] 주말 후 다시 주 5일 근무를 시작하는 피로감
[속] 화수목금 피로는 다 똑같은데 월요일이 독박 씀
지옥철
[겉] 출퇴근하는 인파로 혼잡한 대중교통수단
[속] 진짜 지옥엘 안 가봤으니 붙일 수 있는 말
총알배송
[겉] 주문 즉시 총알처럼 빠르게 물품을 전해드림
[속] 배송기사의 노동력이 총알처럼 갈려 나감
다음에 밥 한 번 먹자
[겉] 기회 봐서 날 잡자
[속] 다음, 밥, 한 번은 ‘해태’ 같은 것. 전설. 구전동화
뭐 먹을래?
[겉]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속] 먹고픈 건 있지만 말 못 하겠으니 물어봐줘
아무거나
[겉] 다 괜찮아 or 못 정하겠어
[속] 비싸서 말 못 하겠으니 눈치채 달라는 시그널
분리수거
[겉] 현대인의 생활규범이자 쓰레기 배출에 관한 법규
[속] 본인의 일주일 생활을 돌아보는 자아성찰의 장
파이팅
[겉] 힘내! 다 잘 될 거야! or 딱히 마무리할 말이 없음
[속] 듣는 이보다 말하는 이가 신나 보이는 느낌
뉴스
[겉] 하루가, 한 시간이 새로운 사건 사고로 가득함
[속] 가만 보면 매일, 매번 New's만 있지는 않음
OTT 월정액
[겉] 합리적 금액으로 다양한 영상을 시청하는 서비스
[속] 영상 무한리필 전문점. 몇 개 본 게, 볼 게 없음
신제품 n% 할인
[겉] 신제품 업데이트를 기념해 정상가에서 n% 할인
[속] 애초에 할인할 금액까지 계산하여
가격 책정했으므로 사실은 그냥 제가격
패스트푸드
[겉] 주문 즉시 빠르게 나오는 음식
[속] 먹는 즉시 빠르게 먹고 나가야 할 것 같은 음식
미니멀리즘이나 맥시멀리즘
[겉] 비우거나, 채우거나로 반대되는 개념
[속[ 비우려면 버려야 하고 채우려면 들여야 하니
돈을 쓰는 행위라는 측면에서 도긴개긴인 개념
썸
[겉] 본격 연애 진입 전,
연애세포가 제일 끓어오르는 도파민 총 봉기 단계
[속] 아무 관계도 아닌데 의미 부여하기 좋아하던
시대에 만들어 낸, 번잡하고 소모적인 단계
면접
[겉] 살아온 세월을 어필하고 새 도약을 평가받는 자리
[속] 당사자에게 반강제로 받은 허락 하에
면전에서 점수와 표정으로 당당히 하는 험담
러브레터
[겉] 사랑하는 남녀 사이에 주고받는 편지
[속] 쓰는 사람 입장에서 붙여진 이름
갑질
[겉] 계약 관계상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사람이
지위를 이용해 을에게 하는 특정행동
[속] 남이 하면 욕하지만 사실 한 번쯤은 하고 싶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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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 최소 1일 1 브런치를 위한 부지런한 글쓰기
[속] 스위스 비밀금고보다도 은밀하고
안전한 곳에 풀어두는 내 의식의 흐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