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비령 Nov 26. 2023

가을과 겨울 사이, 그 길목에서

11월의 마지막 주말, 소설과 대설 사이. 

나는 단풍철이라던 10월의 중순에,

'단풍 나무'가 이름 값을 못하고 왜 이렇게 더디게 물들까 의아했었다.

화투에서조차 단풍이 든 것은 10월이나 열끗을 의미하는데

왜 본연의 '단풍', 오리지날 단풍 나무는 붉게 물들지 않고 계속 초록인걸까.


그랬던 단풍이 소설이 지나고 첫눈을 맞이하던 지난 주 쯤,

그러니까 겨울이 시작되는 바로 그 길목에서

드디어 붉게 물들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언제 초록이었냐는듯이

진한 붉은 빛, 시리도록 깊은 와인 빛, 장밋빛을 내어가며

자태를 뽐내기 시작했다.


영하의 날씨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

단풍 나무의 나뭇잎들은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일도 없이

그저 자신들의 나뭇가지에서 고고한 붉은 빛을 내며 가을을 붙잡고 있다.


주인공은 원래 마지막에 등장하는 게 정석 아니겠냐며,

"내가 바로 그 단풍 나무의 기원이다"라고 뽐내며

존재감을 뿜뿜 뿜어낸다.


소설과 대설 사이,

11월의 끝자락,

이상 기온의 한파에도 움찔하지 않으며

지나가는 가을을 조금 더 느끼게 해주는

고마운 너란 녀석.


우리들 마음 속의 가을은,

저 고고하고 독보적인 

단풍이 지고나서야 

비로소 끝날 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순간의 불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