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신중하게, 이혼은 신속하게.
하물며 소개팅에서조차 상대방을 전략적으로 분석해서 나와 맞는 짝을 걸러내는 치밀함이 있어야 연애도 잘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내 경우에는 결혼이라는 인륜지대사를 결정함에 있어 어처구니없게도 순진하고 성급했었다.
하지만 모든 결혼에는 결혼을 결심하게 되는 가슴속에 스치는 하나의 소중한 장면이 있듯, 모든 이혼에도 더 이상은 결혼을 유지할 수 없겠다는 망설임 없는 결정의 순간이 온다. 치밀하게 준비해서 결혼했든, 성급히 사랑에 눈이 멀어 결혼했든, 그 결혼의 유지는 당사자들이 원한다고 계속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이혼을 결정함에 있어서 망설이지 않았던 이유 중에는 “괜찮아. 너라면 잘 해낼 거야.” “언니는 직업도 괜찮고, 아직 젊으니까 문제없어.”, “우리가 도와줄게. 언제든 연락해.”라고 지지하고 응원해 주던 많은 지인들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실제로 이혼 전까지의 삶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싱글맘으로 홀로서기 따위는 문제없이 해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던 중 우울감이 깊어져 이런저런 상담 센터를 전전하다가
한 상담 선생님께 이런 권유를 들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드시면, 지금 감정을 글로 써보시면 어떠세요?”
그랬다. 바로 글쓰기가 내 인생의 치트키가 되어주었고,
밑바닥까지 떨어진 나의 자존감을 일으켜 세워,
허우적대는 내 인생을 도와줄 구원투수가 되어 나타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