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비령 Oct 19. 2024

재혼은 선택, 연애는 필수라고요?

(이 글은 2022.8.7에 작성한 글을 각색하였습니다.)



돌아온 싱글이 된 이후로, 많은 주변 지인들이 '재혼'이나 '연애'를 권했다. 아직은 젊은 30대 초반의 나이에 혼자가 되어 장장 십 년을 싱글로 버티고 있는 내가 걱정스러운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리라.


"아직 젊어. 너만 생각해"

"그냥 즐겨. 생각 없이 만나도 돼."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만나야 하지 않을까?"

"요즘 시대에 돌싱이면 부럽지. 재혼은 선택의 문제고, 연애는 필수 아냐?"

.....


글쎄... 연애나 재혼에 대해서는 딱히 한 마디로 답을 못하겠다.

결혼을 한 번 해봤다고 해서, 남녀관계에 대해 도가 튼 것도 아닌 데다가, 징하게 힘든 결혼 생활과 이혼 후유증도 겪어봤기에 함부로 재혼이라는 허들을 다시 겪고 싶지도 않다. 그렇다고 뭐 시간이 남아 돌아서 심심해서 재미로 연애를 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딱히 누군가가 필요하지도 않다. 애초에 비혼인 분들도 계시는데, 돌싱은 비혼을 선언하면 안 되는 건가?


"그까짓 결혼, 몇 번을 하든 상관은 없지만, 이번 생은 그냥 좀 조용히 살랍니다."


이게 지금의 나로서는 최선의 대답이다. 이런 상태를 어떤 단어로 표현해야 할까? 진공에 뜬 채로 완벽한 구 속에 갇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게 되었다고 하면 조금 이해가 될 수도.




이런 마음을 대신 전해 줄 흥미로운 기사 한 편을 소개한다.

    

https://h21.hani.co.kr/arti/culture/culture/24900.html


초식남이란, '초식 동물처럼 온순한 남자'라는 의미였으나, 현재 [[이성]]과의 [[비연애자|연애에 적극적이지 않거나, 관심이 없는]] 남자를 지칭하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여성의 경우 '건어물녀'라고 부른다고...


*-*-*-*-*-*-*-*-*-*-*-*


기사를 읽다 보니, 나도 초식녀? 인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혼 후에 결혼정보회사에서도 계속 가입 권유를 받고, 몇 분의 대시도 받아보긴 했지만 지금으로서는  재혼은커녕 연애조차 관심이 없다.     


'돌싱남녀'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왜인지 거북스럽기도 하고, 아이 양육이나 결혼 유지 기간, 이혼 사유까지 일일이 언급해 가며 이 나이에 새삼스럽게 누군가에게 여성호르몬을 발사해 가며 잘 보이고 싶지가 않다.     

흔히 하는 말로 '재혼은 선택, 연애는 필수'라고 하던데, 내 입장에서는 연애는 사치인 것 같고, 재혼은 굳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왜일까? 일단 또 다른 구속이 싫고, 연락하고 관계를 발전시키는 노력을 할 에너지가 없고, 큰 능력은 없지만 아들과 둘이 품위 유지하며 살만하고, 가장 큰 이유는 내 삶의 방향을 아직 못 찾아서인 것 같다.

안정적인 직업이지만 늘  일탈과 은퇴를 꿈꾸는 나로서는 또 다른 누군가를 내 삶에 탑승시켜 함께 갈 여유가

아직은 없는 것 같다.     


비슷한 이유로 한국이나 일본의 20,30대 남성들이 '연애ㅡ결혼ㅡ출산'을 포기하고 초식남을 넘어 절식남이 되어간다던데 이게 반가워할 일인지는 모르겠다.     


돌싱녀로서는 위의 연애의 3단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한다는 얘기인데 솔직히 말하자면 나 역시 험난한 위의 여정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 잘은 모르겠지만 많은 돌싱남녀들이 비슷한 생각 아닐까?


이제야 비로소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했기에. 스스로의 성장을 도울 특별한 인연이 생기지 않는 한, 구색 맞추기 위한 재혼이나 연애는 '사절'이다.


혹시 모르겠다. 평안을 찾은 언젠가 우연히 떠난 기차 여행에서 <비포 선 라이즈>와 같은 기적적인 일이 일어날지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